일림산 정상


새해 첫 달의 산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가 않는다. 深山과 함께 낙남정맥을 하다 옮겨 온 지독한 기침감기로 3주 이상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 가하면, 설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는 집사람에게 설 명절을 전후하여 산엘 다녀오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판인데, 심산에게서 집안사정 때문에 당분간은 함께 산행을 할 수가 없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深山이 한동안 함께 산행하기가 어렵다면, 혼자서라도 얼마 남지 않은 9정맥의 마무리를 해야 하겠는데, 집사람은 '나 홀로 산행'에 완강하게 반대한다. 9정맥의 마루금을 모두 합친 도상거리는 약 2,000Km로, 백두대간의 마루금 도상거리 약 760km의 3배에 가깝다. 이제 호남정맥 약 120km, 낙남정맥 약 40km, 금남정맥 약 40Km를 남겨두고 있어, 금년 상반기 중에는 이를 마무리를 할 생각인 지라, 불가피 한 곳은 '나 홀로 산행'도 불사하겠지만, 가능한 한 산악회를 따라 산행하겠다고 집 사람과 굳게 약속을 한다.


2009년 2월 1일(일)

송암산악회의 호남정맥 11구간 당일산행에 따라나선다. 코스는 『봇재(210m/1.7Km)-활성산(465/3.1Km)-한치재(230/0.7Km)-413m봉(2Km)-일림산(626.8m/1.5Km)-삼비산(664.2m/1.7Km)-골치(450m)』까지 마루금을 걷고, 용추폭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0.7.Km, 날머리 약 1.4Km,, 합계 12.1Km로 비교적 짧은 코스다.


오늘 구간의 주산은 일림산(日林山-664.2m/삼비산)이다.


"보성군 웅치면과 회천면 경계에 솟아 있는 일림산은 제암산(807m)과 사자산(666m)을 거치면서 힘을 잃고, 남해바다로 빠져들 듯 한 호남정맥이 다시 기운을 일으켜 고개를 뭍으로 돌려 북진하는 지점에 솟은 산이다.


일림산은 해발 600m대 높이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호남정맥의 기운을 다시 일으킬 만큼 힘찬 산세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회천에서 한치를 오르다 바라보는 일림산은 참으로 가경이다. 하늘을 가를 듯 힘찬 형상으로 솟구쳐 있으면서도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날아오르는 듯 부드럽기 그지없다. 아울러 8부능선에 형성된 산죽밭을 지나 정상에 펼쳐진 철쭉밭은 장관이고 정상에서의 전망 또한 뛰어나다. 북서쪽으로 사자산에서 제암산으로 힘차게 뻗어 오른 호남정맥을 비롯하여, 장흥 천관산과 멀리 광주 무등산까지도 한눈에 든다.

일림산, 제암산 안내

 

일림산 아래 회천 앞바다는 해안 정취가 뛰어난 곳이다. 특히 득량만에서 율포해수욕장을 거쳐 장흥 안양면 해안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득량만의 수려한 비경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 뜰 무렵이나 해질 무렵 해안도로를 따르노라면 누구든 남해바다의 정취에 넋을 잃고 말 것이다."" (이상 보성군 홈 페이지에서)


일림산 아래 도강 마을과 영천 마을은 서편제의 본향으로 명창이 여럿 나온 곳이기도 하다. 서편제는 남성적인 판소리인 동편제와 달리 한 맺힌 여성의 소리가 특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2월 4일이 입춘(立春)이다. 앞으로도 두어 차례 추위가 더 있겠지만, 설 명절 이후의 날씨는 완연한 봄 날씨다. 30명이 넘는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광주를 지나 보성을 향해 28번 국도를 달린다. 도로변 주위의 산에서는 눈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버스는 11시 23분, 봇재다원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맑게 갠 포근한 봄 날씨다. 가스가 끼어 원거리 시계는 좋지 않지만 가까운 곳의 조망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겠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 25분, 봇재다원 시음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 보다 한발 앞서 '무등산악회' 버스가 도착하여 봇재다원은 한동안 등산객들로 붐빈다.

다원을 지나며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23) 봇재도착-(11:25) 산행시작-(11:32) 임도 갈림길, 좌-(11:34) 임도 버리고 왼쪽 산길 진입-(11:41) 안부 4거리, 직진-(11:45) 330m봉, 우-(11:50) 350m봉-(11:54) 안부 4거리, 직진-(12:06) 460m봉, 우-(12:07) 갈림길, 직진-(12;09) 활성산-(12:10) 갈림길 회귀-(12:20) 안부/임도-(12:22) 4거리, 좌-(12:27) 갈림길, 직진-(12:31) 아스팔트도로-(12:43) 갈멜농원-(12;46) 삼수마을 입구/한치재-(12:48) 임도-(12:50) 과수원-(12:53) 진원박공 합장묘-(13:12) 413m봉-13:15) 전망바위-(13:26) 회령삼거리-(13:30) 헬기장-(13:35) 등산안내도-(13;41) 산죽밭-(13:47) 암릉길-(14:01) 아미봉-(14:02~14:12) 626m봉/간식-(14:14) 헬기장-(14:25) 봉강사거리/보성강 발원지 갈림-(14:35) 봉수대 삼거리/호남정맥 최남단-(14:37) 정상 갈림길-(14:41~14:43) 일림산 정상-(14:46) 철쭉군락지-(14:55) 큰 봉우리-(14:57) 등산안내도-(14:59) 작은 봉-(15:11) 골치4거리-(15:13) 골치입구-(15:35) 골치계곡-(15:45) 골치마을 』 간식 10분, 마루금 3시간 36분, 날머리 34분, 총 4시간 2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가파른 도로를 따라 오르며 뒤돌아 봇재, 녹차 밭 그리고 그 너머로 보성만을 굽어본다. 11시 32분, 임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임도를 버리고 왼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무등산악회'의 대원들이 길게 열을 지어 좁은 산길을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바짝 다가서도 길을 양보할 줄 모른다. 할 수 없이 길 좀 양보해 달라고 부탁하며 추월한다. 나지막한 첫 번째 둔덕을 넘고,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한다.

봇재

갈림길, 좌


이어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고, 11시 54분, 녹차 밭이 있는 4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무등산악회 대원들이 모여 앉아 시끌버끌 식사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 대원들은 녹차 밭 사이로 이어지는 너른 임도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고 있다.

안부

녹차 밭을 지나 산으로 오르는 대원들


녹차 밭 사이를 오르며, 득량도와 고성반도를 굽어보고, 녹차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아름답다. 12시 6분, 무덤이 있는 460m봉을 지나고, 1분 후, 갈림길에 이르러, 왼쪽 마루금 방향으로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깔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직진하여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는 활성산(活城山, 465.2m)으로 향한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2분 쯤 진행하니, 활성산 표지판이 보인다. 조망도 없고, 별다른 특징도 없는 봉우리 같지 않은 봉우리다.

득량도와 고흥반도

지나온 길

460m 능선분기봉

활성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마루금을 따라 긴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12시 20분, 안부에 내려서고, 왼쪽 임도에 이르러,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따라 걷는다. 12시 22분, 임도 4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왼쪽으로 형제봉과 갈멜농원을 바라보고, 12시 31분, 아스팔트도로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안부, 좌

갈림길, 직진

형제봉과 갈멜농원


도로는 삼수마을을 향해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우리는 지름길을 택해 밭을 가로 질러 한치재로 향한다. 12시 43분, 갈멜농원을 지나고, 3분 후, 삼수마을 돌표지가 있는 985번 지방도로를 건넌다. 이어 왼쪽에 보이는 표지기들의 안내로, 임도로 들어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12시 50분, 과수원에 이르러, 다시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대나무 숲으로 들어서고, 진원박공 묘를 지난다.

밭을 가로 질러 한치재로

삼수마을

갈멜농원

삼수마을 입구 돌 표지

과수원

대나무 숲길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시 12분, 능선분기봉인 413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가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1시 15분, 전망바위에 서서, 오른쪽으로 중산리 너른 들과 왼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봉강리와 보성만을 굽어보고, 정면으로 가야할 일림산을 바라본다.

413m봉

중산리

봉강리

일림산


1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회령삼거리를 지난다. 일림산 2,7Km, 회령다원 1,5Km, 한치주차장 1.7Km의 지점이다. 일림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멋진 산책길이다. 능선 길을 걸으며 좌우로 내려다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아이들을 동반한 등산객들이 눈에 뜨인다.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는 헬기장을 지나, 예쁜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이어 철쭉능선을 오르고, 산죽 밭을 지난다.

회령 삼거리

헬기장

등산안내도

산죽 밭


오르막 암릉길이 이어진다. 시야가 터지며 펼쳐지는 조망이 압권이다. 전망바위에 서서 보성만을 굽어보고, 가야할 아미봉을 우러른다. 아미봉이 코앞이다. 뒤돌아 조금 전에 지난 전망바위를 비롯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2시 1분, 아미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1분 후, 지도상에 일림산(626.8m)이라고 표기된 626m봉의 넓은 헬기장에 이른다.

 

암릉길

보성만

아미봉

지나온 능선


억새가 무성한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남으로 보성만 푸른 바다가 가깝고, 북으로 중산리 너른 들이 시원한데, 북서쪽으로는 제암산이 우뚝하다. 주위를 둘러 본 후,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 틈에 끼어, 정상주를 나누어 마시며 간식을 즐긴다.

626m봉 이정표

626m봉 정상

중산리 너른 들


2시 13분, 휴식을 끝내고 산행을 속개한다. 헬기장을 지나자, 홀연히 일림산(*삼비산)이 그 부드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일림산은 산죽, 철쭉 그리고 억새가 어우러진 민둥산이다. 큰 산불 후, 자연복원 중에 철쭉단지로 개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민둥산이다 보니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들이 없어 일림산을 오르며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일림산 가는 길

제암산

지나온 길


* 5만분의 1 지형도에 표기된 664.2m봉은 삼비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성군에서 설치한 이정표와 철쭉제단 등에서는 이 산을 일림산으로 표시하고 있어 혼동을 일으킨다. 실제의 일림산은 삼비산에서 북동쪽으로 1.5km 떨어진 지형도상의 일림산과 일치한다. 이러한 오류는 2003년 1월 이전 발행된 국립지리원 2만5천분의 1 지형도에 664.2봉을 일림산으로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발행된 2만5천분의 1 지형도에는 일림산을 626.8봉 현재 위치로 수정하여 표기하고 있다.(펌)


2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봉강사거리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500m 정도 내려서면 보성강 발원지라고 한다.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 발원하지만, 호남정맥에 막혀 남해로 흘러들지 못하고, 북쪽의 내륙으로 흐르다가 주암호를 거쳐 곡성군 죽곡면에서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특이한 흐름을 보이는 보성강. 그 발원지를 가보고 싶지만, 거리로 보아, 왕복 20분은 소요될 것이고, 자칫하면 민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포기한다. 못내 아쉽다.

봉강사거리

산죽 밭 너머로 보이는 일림산


2시 35분, 호남정맥의 최남단지점이라는 봉수대 삼거리를 지난다. 이제 일림산이 코앞이다.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정상 갈림길을 지나고, 2시 41분, 일림산(삼비산)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에는 제단 같은 구조물, 이정표, 삼각점, 방위표지판이 보이고, 김해김공의 합장묘가 산을 지키고 있다.

삼비산 정상

삼각점

이정표

김해김공 합장묘


사방이 탁 트인 정상에 서서 사위(四圍)를 둘러보고 억새사이로 이어어지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동쪽 사면길인데도 얼었던 땅이 녹아, 내리막길은 진흙탕이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찧는 날이면, 배낭이고, 바지고 온통 진흙투성이가 될 판이다. 조심조심 내려서서, 철쭉 군락지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하며, 가야할 골치산을 바라본다.

보성만

 



지나온 길

사자산과 억불산

사자산, 곰재봉, 제암산

철쭉 군락지, 골치산, 제암산


잘 정돈된 산죽 길을 걷는다. 2시 55분, 이정표가 있는 큰 봉우리를 지나고, 등산안내도를 거친 후, 2시 59분, 골치산인 작은 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벌목지대의 산책로를 거쳐, 3시 11분, 골치사거리에 이르러, 마루금에서 벗어나 용추폭포로 탈출한다.

잘 정돈된 산죽길

큰 봉우리

골치 사거리

탈출로


3시 13분, 임도가 지나가는 골치 입구에 내려서서 오른쪽 임도를 따르다, 곧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호젓한 산책길을 걷는다. 빽빽한 삼나무 숲을 지나, 용추계곡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고, 3시 45분, 버스가 기다리는 도로변에 이르러, 오늘산행을 마감한다.

왼쪽 산길로

삼나무 숲

나무다리

용추계곡의 등산안내도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뒤풀이 장소로 끼어든다. 막걸리 두어 잔을 마시고, 미역국에 말은 밥으로 식사를 한다. 이윽고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4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2. 4.)












at 03/16/2011 02:29 p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건강하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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