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서 본 부귀산능선, 멀리 마이산이 보니고, 저수지와 진안읍이 아련하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장마가 끝 난 무렵이라 습도는 여전히 높아 불쾌지수가 80을 웃돈다. 어제 서울의 기온이 34도, 지역적으로는 37도까지 오른 곳이 있다고 한다. 오늘이 대서(大暑), 내일 모래가 중복(中伏)이다. 이런 계절, 이런 더위 속에, 대간이나, 정맥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집사람도 한마디한다.

 

"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짐 가볍게 하고,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요."

 

2005년 7월 23일(토).
새벽 5시15분, 알람시계가 울린다. 열대야 현상으로, 한밤에도 무더워,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밤새 뒤척이다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동네 김밥 집으로 김밥을 사러 간다. 24시간 김밥을 말아 파는 집이다. 설 명절, 추석 명절 연휴이외에는 1년 12달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을 여는 집이다.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손님, 우리나라가 이래도 돼는 겁니까?"

"......"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산다고, 토요일에 모든 회사들을 놀게 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이제 김밥 장사도 다 해먹었네요. 노무현이를 잘 못 찍었어요. 잘 할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튀어나온다. 강남 아파트 값을 올려, 강남 아줌마들에게는 노 대통령 인기가 짱이라 더니, 강남 김밥 집 아저씨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인간은 물론, 모든 동, 식물들을 통 털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적응 능력이다. 주5일 근무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김밥 집 아저씨가 안타깝다. 사오정, 오륙도는 산업 고도화에 적응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양산한 부산물이다. 이러다가는 격변하는 여건 변화에 점차 적응력을 상실하는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김밥 집 아저씨의 이야기로, 새벽부터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은 금남호남정맥 여섯 번째,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상세 산행코스는 『강정골재(4K)-부귀산(4K)-600m봉(2,2K)-오룡동 앞 국도(3.5K)-610m봉(1K)-주화산(806m/0.5K)-모래재)』로 도상거리 약 15.2Km, 산악회가 제시한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무더위 때문에 완주를 한 대원은 5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오룡동 고개까지만 산행을 하고 나머지 구간을 포기한다. 백두대간을 마친 역전의 용사들이지만, 폭염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완주한 후미대원의 총 산행시간은 중식시간 포함 약 8시간이다.

 

오늘의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7) 강정골재 도착-(11:18) 산행 시작-(11;33) 시멘트 우회로를 지나, 숲으로-(11:44) 능선길과 만남-(11;52) 무덤 앞에서 알바-(11;58) 원점 회기-(12:09) 오르막 시작-(12;27) 로프 설치 지점-(12:55) 이정표, 부귀산 0.8Km-(13:17) 부귀산 정상-(13:20, 13:50) 중식-(13:51) 전망대-(14:13) 첫 안부-(14:35) 우무실재-(13:37) 길마재-(16:28) 600m봉-(16:50) 가정고개-(17:45) 오룡동 고개』, 마루금 약 5시간 57분, 중식 30분, 총 소요시간 6시간 27분이 걸린 산행이다.

 

복정역에서 4명의 대원이 버스에 오른다. 오늘 참여 인원은 모두 20명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빵 님이 직접 나와 진두지휘한다. 참여 인원이 적어 민망하다. 3차 대원은 10명이 참여한다. 오랜만에 신 회장님이 나와, 대원들을 기쁘게 한다. 무더위인데도 목련 대원이 참여하고, 한참만에 보는 야생화 대원이 반갑다.

 

냉방이 잘 된 버스 안은 시원하다. 어제밤 잠을 설쳐서인지,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바로 잠에 빠져든다. 죽암 휴게소에 도착한다는 안내 소리에 잠이 깬다. 9시 12분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하여 30분간 정차한다. 휴게소에서 커피 잔을 앞에 놓고, 2차대, 3차대 대원들이 허물없이 어울린다. 백두대간 산행했던 추억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을 모른다. 마치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버스는 10시 30분, 무주 IC를 지나, 30국도를 타고 진안으로 향한다. 장마 끝이라 도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에는 물의 양이 제법 많아 시원해 보인다. 길가에 좌판을 벌리고 복숭아를 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한여름의 한가로운 가도(街道)풍경이다. 용담호 너른 호수를 지난다. 마치 바다 같다. 11시17분 버스는 강정골 가든 앞에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덮친다.

<바다같은 용담호>

11시18분 가든을 끼고, 오른쪽으로 난 넓은 포장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마이산 종합 학습장이 보이고, 시멘트 도로는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 못 미쳐 오른쪽으로 개를 키우는 견사가 길게 누워 있다. 아마도 그 건너편이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같은데, 아무 표지가 없다. 선두는 이미 고개를 넘어 시멘트 도로를 내려서고 있다.

<마이산 종합학습장으로 통하는 아스팔트 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대원들>

진입로를 지나친 것 같다고, 나머지 대원들은 고개 마루턱에서 기다린다. 이윽고 선두에서 따라 오라는 손짓을 한다. 시멘트 도로는 언덕을 내려서서 오른 쪽으로 크게 굽어지고, 그 지점에서 왼쪽으로 또 하나의 작은 시멘트 길이 분기되어 산 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산 쪽으로 이어진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이윽고 선두가 시멘트 길을 버리고, 왼쪽 밭고랑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시멘트 길을 버리고 숲으로>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경사를 따라 희미한 길이 이어졌다 끊겼다 한다. 길은 길이되, 사람 왕래가 많은 길은 아닌 모양이다. 숲길은 습기가 높아, 무덥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가파른 숲길을 약 10여분 간 허위허위 올라, 비로소 능선 길과 만난다. 정맥 길 주변은 변화가 심해,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등산로는 잘 조림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길이다. 오늘 구간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송림과 참나무 숲이 많다. 등산로는 작은 언덕을 넘어 숲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무덤이 있고,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져,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아름다운 송림 숲에 벤치가 놓여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부귀산 3.6K, 자주공원 1.4K, 천주교 입구 0.8K>

<무덤을 끼고 등산로는 90도 왼쪽으로 - 하지만 못 보고 지나친다.>

<알바를 일깨워 준 이정표>

그런데 부귀산 방향을 가르치는 화살표가 방금 내려온 언덕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맹랑하다. 나는 지금 자주공원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나침반을 꺼내본다. 가야할 길은 북쪽 방향인데,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길은 동쪽 방향이다. . 어디선가 알바를 한 것이 틀림없는데, 짐작되는 곳이 없다.

 

화살표가 가르치는 부귀산 방향을 따라, 오던 길을 되 집어, 다시 작은 언덕에 오른다. 언덕 위 무덤 앞 잔디 위로 어렴풋이 사람 지난 흔적이 보이고 그 너머,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다. 방향은 잘 나있는 등산로와 직각이다. 북쪽 방향의 길이다. 약 6분간의 짧은 알바를 마치고 제 길을 찾아든다. 안부에 이정표가 없었다면, 한참을 헤맬 뻔했다.

 

무덤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선다. 서서히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윽고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며, 등산로는 산 사면을 지그재그로 기어오른다, 등산로에는 로프가 설치되 있다. 아마도 동절기 사고에 대한 대비인 모양이다. 로프가 희고 깨끗한 걸 보면, 최근에 설치한 모양이다.

<능선길에서 본 마이산>

<로프가 걸린 등산로>


 

12시 55분 삼거리 이정표를 지난다. <부귀산 0.8K, 절골 1,4K, 자주공원 4.2K>. 길은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무성한 잡초에 싸여, 봉분을 식별하기 어려운 묘가 누워있는 공터를 지나, 1시 17분 부귀산 정상(806m)에 오른다. 좁은 공간에 햇볕이 뜨겁게 내려 비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정상을 알리는 스텐 표지물이 세워져 있다. 삼각점도 보인다. 땡볕 속에서 사진을 찍고, 서쪽으로 꺾여진 등산로를 따라 서둘러 하산한다.

<부귀산 정상>


 

그늘진 등산로에서 3차 대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그늘은 져 있지만 바람 한 점 없어, 무척 무덥다.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준비해온 김밥을 먹는다. 날씨가 더우니 식욕이 날리 없다. 하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도 없다. 대원들 대부분이 날씨가 더워 완주를 포기하고, 오룡동 고개에서 버스를 타겠다고 한다.

 

들머리를 찾느라 헤매고, 잠시 동안의 알바도 있었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부귀산 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렸다. 기준 시간에 뒤지지 않는 기록이라,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완주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한다.

 

알바로 인해, 지난 번 산행코스 중 일부 구간을 채우지 못하여, 마이산 공원의 북부 주차장 쪽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이 벌써 지나간다. 약 1시간 정도의 구간을 더 걸었을 터인데, 과연 빠른 주력이다. 점심을 먹는 우리들을 보고, 막걸리 한잔, 물 한잔을 마시고는, 점심을 할 생각도 없는 지 바람같이 앞서간다.

 

1시 50분 점심을 마치고, 일행이 함께 다시 출발한다.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를 피해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져 우회하더니 널찍한 전망 바위 위에 선다. 조망이 일품이다. 우회한 암벽이 뒤로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왼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하는 거대한 능선이 구불구불 흐른다. 뒤로 돌아서니 정면으로 멀리 정곡 저수지, 그리고 진안 시가지가 보인다. 부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왼쪽에서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 저곳 사진을 찍다보니 후미로 쳐진다.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20분 후 안부에 내려선다.

<전망대에서 본 가야할 능선>

<전망대에서 본 암벽>

<전망대에서 본 정곡 저수지와 진안읍>

이제부터 지루하고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높지도 않은 고만 고만한 고개를 수도 없이 넘어야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숲길을 한없이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통하는 능선 길에, 완주를 포기한 대원들이 쉬고있다. 탈출할 예정인 오룡동 고개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이 가능함으로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주화산을 넘고, 모래재까지 가려면 아직도 약 5시간은 더 걸어야 한다.

 

무더운 숲길을 혼자 서둘러 걷는다. 지루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2시 35분, 산행 리본이 무수히 달린 안부를 지난다. 우무실재라고 짐작한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천천히 오른다. 갑자기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이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진다. 배에 힘이 하나도 없고, 걸음을 떼어놓기가 무척 힘이 든다. 점심 때 식욕이 없더니, 계속 무더위에 노출되어 더위를 먹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아이스박스에 채워 둔 얼음물을 꺼내 마시고 다시 천천히 걷는다.

< 꽉 막혀 답답한 우무실재>


 

오르막을 오르면,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안부가 기다리고 있고, 안부를 지나면 다시 언덕을 오른다. 제법 바람이 통하는 바람 골을 지난다. 배낭을 벗어 놓고 나무에 기대어 바람을 쏘이며, 포카리 스웨트를 마셔서 전해질을 공급한다. 여전히 배에 힘이 없고, 몸이 무겁다. 더위를 먹은 게 틀림없다. 몸 상태가 이러니 완주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탈출로는 가정 사거리와 오류동 고개다. 그 곳까지도 갈 길은 멀다.

<지루한 길 - 오르내림의 반복이 길손들을 지치게 한다.>


 

완주를 포기했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 아무도 없는 무더운 숲길을 혼자서 천천히 걷는다. 3시 37분 경 길마재로 보이는 안부를 지난다. 무슨 길이 이런가? 수 없이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제법 높은 봉우리가 앞을 막아서면, 등산로는 능선을 버리고, 봉우리 사면을 비스듬히 가르고 지난다. 바람 한 점 없이 꽉 막힌 사면길이다.

 

조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바람은 없지만 배낭을 벗어 놓고, 이번에는 길가에 퍼더거니 주저앉는다. 이제껏 등산을 해도, 앉아서 쉰 적은 별로 없다. 아이스박스에서 냉커피를 꺼내 마시며 5분간 쉬기로 한다. 이윽고 훨씬 가벼워진 배낭을 둘러메고 천천히 길을 걷는다.

 

4시 28분 산행리본들이 가득한 봉우리를 지난다. 이 곳에서 길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 600m봉이 틀림없다. 부귀산에서 600m봉까지는 2시간 거리다. 이 길을 2시간 38분만에 걸었다. 더위로 몸의 기(氣)가 크게 손상당한 게 틀림없다.

<600m봉>

천천히 급경사 내리막을 지난다. 길은 오솔길로 변하더니 조그만 봉우리에 올라선다. 대빵 님이 웃옷을 모두 벗은 채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시원하니 쉬고 가라고 권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포카리를 꺼내 마신다. 대빵 님은 오류동 고개에서 거꾸로 물을 지고 올라 왔다고 한다. 한 짐 가득 지고 온 물이 순식간에 바닥이 나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완주를 포기, 오류동 고개까지만 가기로 했다고 한다.

 

후미 팀이 얼마나 떨어졌냐고 묻는다. 나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아 천천히 걸었으니, 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배낭을 지고 일어선다. 대빵 님은 조금 지나면 가정고개고, 가정고개에서는 탈출이 가능하지만, 조그만 더 참고 언덕을 오르라고 권한다. 그러면 쉬고 있는 대원들을 만날 터이니, 그 곳에서 함께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라고 한다.

 

4시 50분 가정고개를 지나 능선을 오른다. 5시 경 능선 길에서 쉬고 있는 조총 대원을 만난다. 그 앞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야생화 대원이 사진을 찍어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다. 잠시 함께 쉬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는 먼저 일어서서 언덕길을 오른다. 차 지나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더위에 지친 대원이 오수를 즐긴다>


 

역시 고개를 넘으면, 또 고개, 지루한 길이 이어지고, 차 소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조그만 언덕을 힘들게 오른다. 뒤에서 대빵 님과 후미 팀이 따라온다. 이들에게 길을 내주고, 뒤로 쳐져 천천히 걷는다. 봉우리 위에서 대원들이 쉬고 있다. 올라오는 나를 보고, 얼굴이 무척 창백한데, 괜찮으냐고 대빵 님이 걱정스레 묻는다.

 

대원들은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고, 나는 배낭에서 소화제를 꺼내 먹고, 어름 물을 마신다. 대빵 님과 신 회장이 앞장을 서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하산한다. 이제는 언덕은 전혀 없고 내리막 길 뿐이라고 한다.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26번 도로가 보이고, 대빵 님이 다음에 연결될 들머리 방향을 알려준다. 사진을 찍고, 천천히 도로로 내려선다 5시 45분 경, 도로 변에 정차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600m봉에서 오룡동 고개까지 1시간 17분이 걸렸다. 보통은 5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에어컨이 시원한 버스에 오르니 비로소 살 것 같다.

<오류동 고개로 내려서며 다음 들머리를 확인한다.>

<오류동 고개를 관통하는 26번 도로>


 

버스는 완주하는 대원들을 맞으러 모래재로 향한다. 완주를 시도하여, 641m봉을 향하다, 무리라 생각하고, 중도에서 포기한 후, 길가에서 대기하던 대원을 픽업하고, 가정고개에서 탈출한 다른 대원을 태운 후, 버스는 6시 조금 지나 모래재 휴게소에 도착한다.

 

모래재 휴게소에서 땀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냉면을 먹지만, 여전히 식욕이 없어 냉면은 국물만 말끔히 마시고, 면발은 그대로 남긴다. 마침 이영희 대원이 금남호남 정맥 완주를 자축하기 위한 쫑 파티용으로 꼬냑을 준비해 왔다. 역시 꼬냑, 독한 술을 두어 모금 마시고 나니, 위가 정신이 나는 모양이다. 대빵 님이 이제야 혈색이 돈다고 반긴다.

<모래재 휴게소에서 완주 팀을 기다리고..>


 

이영희 대원은 산정 산악회 여자대원 중에서 가장 빠른 준족이다. 남자들도 저리 가라다. 오늘도 6시가 채 못되어 남자 대원 2사람과 함께 완주를 마치고, 모래재에 도착한다. 산을 좋아하여, 거의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고, 쫑 파티를 위해 꼬냑을 준비할 정도로 팀을 위한 배려도 철저하다. 이영희 대원 덕분에 혈색을 도로 찾는다.

 

정맥을 하면서 또 한 사람, 기억에 남는 여성대원이 있다. 운 나쁘게 제4구간 산행 중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친 토방 대원이다. 열심히 지도를 보고, 시간을 재면서 서둘지 않고, 즐기며 산행을 하는 대원이다. 이제 발목이 다 나아, 다음 금남정맥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함께 산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식사를 마치고 모래재 주변을 둘러본다. 채석장인지 산을 허무는 공사가 한창이다. 7시 17분 경, 완주를 마치고 공사장 쪽으로 내려오는 두 사람의 대원이 보인다. 심천 대원이 다른 대원과 함께 골인 지점이 이른다. 정진수 대장이 물병을 들고 달려나간다 이윽고, 이들이 땀을 닦고, 서둘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7시 40분 경 서울로 향한다.

<완주 대원의 하산>


 

이인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하고, 9시 20분 경, 서울로 출발한 버스는 한적한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여. 10시 45분 경 양재역에 도착한다. 11시 20분, 집에 들어선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는 피로에 지친, 초라한 늙은이가 들어있다.

 

 

(2005. 7. 24.)


 

[우정 / 2005-07-25,12:22:31]

거울속에 비춰진 우림님의 모습은 피로하지도 ,초라하지도,

늙지도 않은 ,씩씩한 자연산 소년?일뿐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더위였지요. 허지만 더 대단한 노익장이십니다.


머릿속이 하아얗기만 하더라는 젊은 조총은 물론,

간만에 나선 신회장님,~ ,대간 내내 중상위권을 지켜오시던 화봉님~,까지 , 그렇게 힘들어 하셨습니다.


극한상황에서는 여자들의 지구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관광性산행?으로 체력보강이됬는지,그날

목련과 정총의주력은 완주도 가능할듯 싶어보였고,


아무튼 완주에 성공한 심천의 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금남정맥에서는,

2차대도 ,3차대도 아닌 통합정맥팀으로 새로운 山情을 쌓아가는

산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금호정맥 쫑구간에서, 나눠마신 영희씨의 코냑은 그시작을 의미하는 合房酒 였구요.


우림님의 금남정맥 후기도 또 만날수있게 되서 기쁠 따름입니다.


. [삭제]

2 [深泉 / 2005-07-25,13:47:05]

무척이나 더웠고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우림 선생님의 일목요연한 후기를 보니 또 다시 더워집니다. 더위를 왕창 머금고 산길을 걸어서 그런가 어제와 오늘은 덥지가 않습니다.


당연히 제 바로 뒤에서 오리라고 여겼던 분들의 모습이 안 보여 당황했던 산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길 2차대 金 永 吉 대선배님과 함께 걸으면서 많은 것도 배웠고, 날아라 로보트 태권 V처럼 날아 보았으면 금방 모래재 휴게소를 갈 수 있은 것인데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산길에서 完走란 없고 繼走만 존재할 뿐이라 감히 아뢰고 무료하게 기다리게 해서 그저 선배님들께 송구스러울 뿐이며, 더위를 날려 버리게 기다려 주시고 시원한 냉면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주신 우정 형님 그리고 동료, 선배님들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12시가 넘은 늦은 시각 맥주까지 마실 기회를 주신 오 세 형 형님과 정대빵님도 영산 백두산에 가셔서 양기를 흠뻑 받아 오소서. [삭제]

 

3 [우림 / 2005-07-27,09:02:02]

2차, 3차대가 無事 合房하고,

꼬냑으로 合歡酒를 했다고요.

좋네요.


大事를 치르느라 많이 피곤했을 터인데,

무더위 속 주말 산행을 강행하는군요.

강한 체력이 뒷받침된,

山과 山友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집니다.


역시 深川!

대빵 님이 감탄하더군요.


대빵 님도 물 떨어진 대원들을 위해

그 더위 속에서 물을 져 나르고,


정진수 대장은 하산하는 심천을 보고

물병 들고 마중하더군요.


더위 속에 힘은 들었지만

흐뭇한 산행이었습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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