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이 입추고, 일주일 후인 14일은 말복이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무덥다. 몸 컨디션도 좋지가 않다. 지난 목요일 어금니 발치(發齒)를 하고 났더니, 몸에 으슬으슬 한기가 드는 것이, 몸살을 앓는 기분이다.

 

2005년 8월 6일(토),

첫째 토요일은, 정맥산행을 하는 날이다. 지난번 다 마치지지 못한 금남호남 구간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금남정맥을 시작한다. 집사람은 날씨도 덥고, 몸 상태도 안 좋으니 이번은 쉬라고 권한다. 가야하나, 가지 말아야하나? 갈등이 생긴다.

 

금요일 저녁, TV에서는 오늘 서울의 최고 기온이 34.2도라고 알려준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무지 덥다. 이런 더위 속에서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아름다운 숲길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홀린 듯 주섬주섬 배낭을 챙긴다. 무더위로 무리라고 판단되면, 다 마치지 못한 금남호남정맥만을 마무리하고 모래재로 탈출하겠다고 집사람을 안심시킨다.

 

오늘의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3) 오룡동 국도 도착-(10:54) 산행 시작-(11;15) 삼거리 도착-(11:51, 11:58) 622봉-(12:51) 641m봉-(13;00) 모래재 갈림길-(13;24) 세봉 임도-(13:33) 조약봉, 삼 정맥 분기점, 14:07 식사 후 출발-(15:12) 입봉-(15:37)안부-(15;43) 보령고개』, 도상 거리 약 10Km, 총 산행시간 4시간 50분(중식시간 약 30분포함)이 걸린 산행이다. 당초 산악회는 황조치 까지 산행하고, 하궁항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날씨가 무더워 보령고개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오늘의 산행코스>


 

지난 4월 23일 시작한 금남호남 정맥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금남정맥에 발을 딛는다. 관심 있는 분들이 참고하도록, 금남정맥에 관해 설명한 글을 아래에 퍼다 옮긴다.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호남정맥이 북서쪽으로 63.4km를 뻗어가며, 무령고개,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팔공산, 진안 성수산, 마이산, 부귀산을 솟구쳐 놓고, 완주의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뉜다.

 

산경표 상의 금남정맥은 북쪽으로 122.4km를 뻗어가면서 전북지역과 충남의 경계지역에 우뚝 솟아 있는 연석산, 주줄산(운장산) 서봉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장군봉을 지나간다. 또한 싸리재 위 분기점에서 동북으로 뻗어가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의 연봉들을 한바퀴 휘돌아서 나간다. 충남지역에는 백암산, 인대산, 바랑산, 월성봉, 계룡산을 지나게 된다. 이후로 정맥은 낮은 구릉의 형태로 부여의 금성산을 지나 부소산성의 낙화암 옆 조룡대에서 맥을 다한다.

산경표 상의 금남정맥은 또 각종 도로와 임도, 암반채취, 통신시설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1번 국도에서 음사리 음절마을까지의 1.4km구간은 정맥이 너무 낮아 도로와 주택, 그리고 아파트 등에 의하여 맥의 흐르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또한 정맥을 개간하여 채소나 인삼 등을 경작하고 있는 곳도 많다.

 

금남정맥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치전투가 있다.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대승한 이 전투는 금남정맥의 험한 지형을 이용한 전투이다. 또한 함박봉 아래의 연산면 근처는 계백 장군과 김유신장군의 황산벌 전투가 있었던 장소이다. 천호산 아래 개태사는 왕건이 후삼국을 병합한 후 세운 유명한 절이며, 계룡산 남쪽의 신도안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도읍으로 정하려 했던 장소이다. 부여의 낙화암에 이르면 백제의 멸망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낙화암과 부소산성이 있다. 부여에는 수많은 유적이 남아있어서 역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금남정맥에서는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이러한 금남 정맥을 12구간으로 나누어 금년 말까지 완주할 계획이다.

 

서초 구민회관 앞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앞가슴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오늘도 무척 덥다.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의 표정이 비장하게 느껴진다. 버스에 오른다. 냉방이 잘 된 버스 안은 시원하지만, 좌석은 절반 이상이 비어있다. 많은 대원들이 더위에 굴복한 모양이다.

 

고속도로 변의 논들이 짙푸르다. 시원한 버스 안에서 내다보는 우리의 산야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평화롭다. 창 밖의 그림을 닮아, 마음이 평온해지며, 스르르 잠에 빠진다. 버스는 정안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후, 9시 47분 서논산으로 진입, 10분 후 익산으로 내려서서, 799번 지방도로를 지나, 봉동에서 17번 국도로 갈아타고, 이윽고 26번 국도로 진입한다. 길가 냇가로 피서 나온 인파와 차량으로 정체가 심하다. 10시 53분 철탑이 보이는 들머리에 버스가 정차한다.

<냇가의 피서>

<오룡동 고개 도착>

도로 변에 무덤 3기가 놓여있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냉방이 잘 된 버스에서 내려서 그런지, 심하게 덥지는 않다. 하지만 도로를 버리고 무덤을 지나 풀이 무성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더운 지열이 후끈 올라오고, 경사가 심해지며, 온 몸이 금새 땀 투성이가 된다.

 

다시 무덤이 나타나고, 벌목 후 잔가지들이 방치된 지점에서 길이 갈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벌목된 지점에서 서쪽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만한 오름세를 지나 넓은 공지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서북 방향으로 급격히 꺾여 숲 속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오룡동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고도 500m지점에서 등산로는 서북으로 향하고...>


<오룡마을이 굽어 보인다.>

평탄한 참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대간 길이다. 고향 길을 걷듯, 이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식혀준다. 이윽고 등산로는 622m봉을 향해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11시 51분, 삼각형 바위가 험상궂게 솟아 있는 봉우리 정상에 선다. 알맞게 그늘이 지고, 바람이 시원하다. 일행이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고 과일을 먹으며 한차례 쉰다. 동쪽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산 마을이 평화롭게 펼쳐있다.

<참나무 숲길>


<622m 봉>

11시 58분 622m봉을 내려선다. 급경사 암릉 길이다. 간간이 산죽 군락지가 이어진다. 이윽고 등산로는 안부에 이르고 길은 평탄해지지만, 날카로운 암릉길이 계속된다. 오른쪽 사면은 거의 절벽이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오산 마을이 더욱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암릉길은 다시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뒤돌아 본 622봉>


<산으로 둘러싸인 오산마을>

641m봉을 오른다. 무척 빡센 오름 길이 10여분간 계속된다. 12시 51분 봉우리 위에 선다. 모래재 쪽에서 산을 파먹는 기계 음이 요란하다. 1시경 왼쪽으로 모래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난다.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1시 14분, 봉우리 못 미쳐 왼쪽으로 산행리본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대원 한 사람이 쉬고 있다. 직진했다가 되돌아 내려, 쉬고 있다고 한다.

<641m 봉>

 

왼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10분 후 세봉 임도에 내려서고, 1시 33분 삼 정맥 분기점 이정표가 서 있는 조약봉(565m)에 오른다. 금남호남정맥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사진을 찍고, 3차대 후미 팀이 이곳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금남호남정맥 마무리를 맥주와 막걸리로 자축한다. 차련 대원이 울릉도에서 채취해 와 담근, 명이 나물이 인기다.

<삼 정맥 이정표>

<조약봉 분기점 표지판>


이제 갈 길은 2시간도 채 못된다. 서두를 이유가 하나도 없다.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30분이 후딱 지난다. 상을 물리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한 소나기 할 모양이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으니, 비를 맞은들 어떠랴? 배낭이 젖지 않도록 배낭 커버를 씌운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조약봉 분기점 팻말 앞에서 서둘러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카메라도 배낭 속에 넣어 비를 피한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소나기가 쏟아진다. 대원들이 빗속을 뚫고, 북으로 금남정맥 길을 재촉한다. 비탈길을 내려선다. 비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자칫 걸음이 빨라지고, 미끄러운 길에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 억수 같이 퍼붓는 빗속을 천천히 걷는다. 앞선 대원들은 이미 시야에서 멀어졌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비에 젖어 몸은 시원하지만 바지 가랑이를 타고 신발에 물이 들어 발이 젖는다. 발이 젖으니, 기분이 언짢다. 이윽고 안부에 내려서고. 길은 비탈길을 타고 오른다. 중턱쯤 이르렀을 때 소나기가 그치고 햇빛이 비친다. 약 20분간 더위를 식혀준 고마운 소나기다.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비에 젖은 아름다운 숲길을 카메라에 담는다.

 

입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를 오른다. 3시 12분 입봉 정상에 선다. 잡초가 무성한 헬리포트다. 강한 햇볕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나무에 가려 조망도 별로다. 좋은 길을 따라 서둘러 직진하면 알바를 하게된다. 보령고개로 내려서는 마루금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산행리본이 유도함으로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면 알바를 할 위험은 크지가 않다.

<황량한 입봉 정상>


비에 젖은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3시 30분 경, 안부에 이르고, 나지막한 오름길에서 뒤돌아 입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뭇가지에 가려 봉우리 끝만 겨우 잡힌다. 3시37분 철조망 펜스를 따라 임도를 걷는다. 오른쪽으로 차들이 지나는 국도가 보이지만, 내려 설 만 한 곳은 모두 나무로 차단해 놓았다. 할 일없이 철조망 펜스를 따라 내려선다. 눈 아래 보룡고개을 관통하는 26번 국도가 달린다. 앞에 길을 찾는 대원들이 모여있다. 3시 43분 도로에 올라선다.

<마루금은 목장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다.>

<보령고개>


휴게소는 보령고개에서 왼쪽으로 내려선 지점에 있다. 휴게소에 도착하여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이윽고 버스는 모래재에서 출발, 피암목재까지 2구간을 한꺼번에 달린 대원 2사람을 픽업하기 위해 피암목재 쪽으로 향한다. 5시 경, 중도에서 이들을 태운 버스는 서울을 향한다. 해 질 무렵, 고속도로 변 서쪽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버스는 7시 58분 경,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황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후 9시 뉴스를 본다. 오늘 서울의 최고 기온이 35도라고 한다. 8월 11일은 칠석이다. 시인은 막바지 더위를 어떻게 견디고 있나,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쓰르람
쓰르라민
가을의 SEX

 

카네이션 잎은
저렇듯 창창한데

칠석은 고사리 말린 순처럼
도르르 여름을 감아버린다.

 

마을 앞 포플러는
五線紙의 푸른 戀歌
리듬의 가을은 당신과 나의 季節

(안장현, 七夕에, )

 

이제 여러분들도 쓰르라미 소리를 들으면 SEX를 생각하고, 리듬의 가을을 생각하며,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2005. 8. 7.)

 

 



 

 



 

 


 

 

 

 

 


 

Posted by Urimahn
,


 


<전망대에서 본 부귀산능선, 멀리 마이산이 보니고, 저수지와 진안읍이 아련하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장마가 끝 난 무렵이라 습도는 여전히 높아 불쾌지수가 80을 웃돈다. 어제 서울의 기온이 34도, 지역적으로는 37도까지 오른 곳이 있다고 한다. 오늘이 대서(大暑), 내일 모래가 중복(中伏)이다. 이런 계절, 이런 더위 속에, 대간이나, 정맥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집사람도 한마디한다.

 

"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짐 가볍게 하고,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요."

 

2005년 7월 23일(토).
새벽 5시15분, 알람시계가 울린다. 열대야 현상으로, 한밤에도 무더워,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상태에서 밤새 뒤척이다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동네 김밥 집으로 김밥을 사러 간다. 24시간 김밥을 말아 파는 집이다. 설 명절, 추석 명절 연휴이외에는 1년 12달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을 여는 집이다.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손님, 우리나라가 이래도 돼는 겁니까?"

"......"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산다고, 토요일에 모든 회사들을 놀게 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이제 김밥 장사도 다 해먹었네요. 노무현이를 잘 못 찍었어요. 잘 할 줄 알았는데."

 

엉뚱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튀어나온다. 강남 아파트 값을 올려, 강남 아줌마들에게는 노 대통령 인기가 짱이라 더니, 강남 김밥 집 아저씨에게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인간은 물론, 모든 동, 식물들을 통 털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적응 능력이다. 주5일 근무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김밥 집 아저씨가 안타깝다. 사오정, 오륙도는 산업 고도화에 적응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양산한 부산물이다. 이러다가는 격변하는 여건 변화에 점차 적응력을 상실하는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김밥 집 아저씨의 이야기로, 새벽부터 기분이 가라앉는다.

 

오늘은 금남호남정맥 여섯 번째,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상세 산행코스는 『강정골재(4K)-부귀산(4K)-600m봉(2,2K)-오룡동 앞 국도(3.5K)-610m봉(1K)-주화산(806m/0.5K)-모래재)』로 도상거리 약 15.2Km, 산악회가 제시한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무더위 때문에 완주를 한 대원은 5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오룡동 고개까지만 산행을 하고 나머지 구간을 포기한다. 백두대간을 마친 역전의 용사들이지만, 폭염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완주한 후미대원의 총 산행시간은 중식시간 포함 약 8시간이다.

 

오늘의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7) 강정골재 도착-(11:18) 산행 시작-(11;33) 시멘트 우회로를 지나, 숲으로-(11:44) 능선길과 만남-(11;52) 무덤 앞에서 알바-(11;58) 원점 회기-(12:09) 오르막 시작-(12;27) 로프 설치 지점-(12:55) 이정표, 부귀산 0.8Km-(13:17) 부귀산 정상-(13:20, 13:50) 중식-(13:51) 전망대-(14:13) 첫 안부-(14:35) 우무실재-(13:37) 길마재-(16:28) 600m봉-(16:50) 가정고개-(17:45) 오룡동 고개』, 마루금 약 5시간 57분, 중식 30분, 총 소요시간 6시간 27분이 걸린 산행이다.

 

복정역에서 4명의 대원이 버스에 오른다. 오늘 참여 인원은 모두 20명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빵 님이 직접 나와 진두지휘한다. 참여 인원이 적어 민망하다. 3차 대원은 10명이 참여한다. 오랜만에 신 회장님이 나와, 대원들을 기쁘게 한다. 무더위인데도 목련 대원이 참여하고, 한참만에 보는 야생화 대원이 반갑다.

 

냉방이 잘 된 버스 안은 시원하다. 어제밤 잠을 설쳐서인지,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바로 잠에 빠져든다. 죽암 휴게소에 도착한다는 안내 소리에 잠이 깬다. 9시 12분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하여 30분간 정차한다. 휴게소에서 커피 잔을 앞에 놓고, 2차대, 3차대 대원들이 허물없이 어울린다. 백두대간 산행했던 추억담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을 모른다. 마치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

 

버스는 10시 30분, 무주 IC를 지나, 30국도를 타고 진안으로 향한다. 장마 끝이라 도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에는 물의 양이 제법 많아 시원해 보인다. 길가에 좌판을 벌리고 복숭아를 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한여름의 한가로운 가도(街道)풍경이다. 용담호 너른 호수를 지난다. 마치 바다 같다. 11시17분 버스는 강정골 가든 앞에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덮친다.

<바다같은 용담호>

11시18분 가든을 끼고, 오른쪽으로 난 넓은 포장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마이산 종합 학습장이 보이고, 시멘트 도로는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 못 미쳐 오른쪽으로 개를 키우는 견사가 길게 누워 있다. 아마도 그 건너편이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같은데, 아무 표지가 없다. 선두는 이미 고개를 넘어 시멘트 도로를 내려서고 있다.

<마이산 종합학습장으로 통하는 아스팔트 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대원들>

진입로를 지나친 것 같다고, 나머지 대원들은 고개 마루턱에서 기다린다. 이윽고 선두에서 따라 오라는 손짓을 한다. 시멘트 도로는 언덕을 내려서서 오른 쪽으로 크게 굽어지고, 그 지점에서 왼쪽으로 또 하나의 작은 시멘트 길이 분기되어 산 쪽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산 쪽으로 이어진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이윽고 선두가 시멘트 길을 버리고, 왼쪽 밭고랑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시멘트 길을 버리고 숲으로>

잡풀과 잡목이 우거진 경사를 따라 희미한 길이 이어졌다 끊겼다 한다. 길은 길이되, 사람 왕래가 많은 길은 아닌 모양이다. 숲길은 습기가 높아, 무덥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가파른 숲길을 약 10여분 간 허위허위 올라, 비로소 능선 길과 만난다. 정맥 길 주변은 변화가 심해,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등산로는 잘 조림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길이다. 오늘 구간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송림과 참나무 숲이 많다. 등산로는 작은 언덕을 넘어 숲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무덤이 있고,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져,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아름다운 송림 숲에 벤치가 놓여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부귀산 3.6K, 자주공원 1.4K, 천주교 입구 0.8K>

<무덤을 끼고 등산로는 90도 왼쪽으로 - 하지만 못 보고 지나친다.>

<알바를 일깨워 준 이정표>

그런데 부귀산 방향을 가르치는 화살표가 방금 내려온 언덕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맹랑하다. 나는 지금 자주공원으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나침반을 꺼내본다. 가야할 길은 북쪽 방향인데,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길은 동쪽 방향이다. . 어디선가 알바를 한 것이 틀림없는데, 짐작되는 곳이 없다.

 

화살표가 가르치는 부귀산 방향을 따라, 오던 길을 되 집어, 다시 작은 언덕에 오른다. 언덕 위 무덤 앞 잔디 위로 어렴풋이 사람 지난 흔적이 보이고 그 너머,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다. 방향은 잘 나있는 등산로와 직각이다. 북쪽 방향의 길이다. 약 6분간의 짧은 알바를 마치고 제 길을 찾아든다. 안부에 이정표가 없었다면, 한참을 헤맬 뻔했다.

 

무덤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선다. 서서히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윽고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며, 등산로는 산 사면을 지그재그로 기어오른다, 등산로에는 로프가 설치되 있다. 아마도 동절기 사고에 대한 대비인 모양이다. 로프가 희고 깨끗한 걸 보면, 최근에 설치한 모양이다.

<능선길에서 본 마이산>

<로프가 걸린 등산로>


 

12시 55분 삼거리 이정표를 지난다. <부귀산 0.8K, 절골 1,4K, 자주공원 4.2K>. 길은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무성한 잡초에 싸여, 봉분을 식별하기 어려운 묘가 누워있는 공터를 지나, 1시 17분 부귀산 정상(806m)에 오른다. 좁은 공간에 햇볕이 뜨겁게 내려 비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정상을 알리는 스텐 표지물이 세워져 있다. 삼각점도 보인다. 땡볕 속에서 사진을 찍고, 서쪽으로 꺾여진 등산로를 따라 서둘러 하산한다.

<부귀산 정상>


 

그늘진 등산로에서 3차 대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그늘은 져 있지만 바람 한 점 없어, 무척 무덥다. 시원한 맥주와 막걸리로 갈증을 풀고, 준비해온 김밥을 먹는다. 날씨가 더우니 식욕이 날리 없다. 하지만 체력 유지를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도 없다. 대원들 대부분이 날씨가 더워 완주를 포기하고, 오룡동 고개에서 버스를 타겠다고 한다.

 

들머리를 찾느라 헤매고, 잠시 동안의 알바도 있었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부귀산 까지는 2시간 정도가 걸렸다. 기준 시간에 뒤지지 않는 기록이라,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완주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한다.

 

알바로 인해, 지난 번 산행코스 중 일부 구간을 채우지 못하여, 마이산 공원의 북부 주차장 쪽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이 벌써 지나간다. 약 1시간 정도의 구간을 더 걸었을 터인데, 과연 빠른 주력이다. 점심을 먹는 우리들을 보고, 막걸리 한잔, 물 한잔을 마시고는, 점심을 할 생각도 없는 지 바람같이 앞서간다.

 

1시 50분 점심을 마치고, 일행이 함께 다시 출발한다. 앞을 가로막는 봉우리를 피해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져 우회하더니 널찍한 전망 바위 위에 선다. 조망이 일품이다. 우회한 암벽이 뒤로 우뚝 솟아 있고 그 아래, 왼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하는 거대한 능선이 구불구불 흐른다. 뒤로 돌아서니 정면으로 멀리 정곡 저수지, 그리고 진안 시가지가 보인다. 부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왼쪽에서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곳 저곳 사진을 찍다보니 후미로 쳐진다. 로프가 매어진 급경사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20분 후 안부에 내려선다.

<전망대에서 본 가야할 능선>

<전망대에서 본 암벽>

<전망대에서 본 정곡 저수지와 진안읍>

이제부터 지루하고 힘든 산행이 시작된다. 높지도 않은 고만 고만한 고개를 수도 없이 넘어야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숲길을 한없이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통하는 능선 길에, 완주를 포기한 대원들이 쉬고있다. 탈출할 예정인 오룡동 고개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이 가능함으로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주화산을 넘고, 모래재까지 가려면 아직도 약 5시간은 더 걸어야 한다.

 

무더운 숲길을 혼자 서둘러 걷는다. 지루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2시 35분, 산행 리본이 무수히 달린 안부를 지난다. 우무실재라고 짐작한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천천히 오른다. 갑자기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몸이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진다. 배에 힘이 하나도 없고, 걸음을 떼어놓기가 무척 힘이 든다. 점심 때 식욕이 없더니, 계속 무더위에 노출되어 더위를 먹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아이스박스에 채워 둔 얼음물을 꺼내 마시고 다시 천천히 걷는다.

< 꽉 막혀 답답한 우무실재>


 

오르막을 오르면,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안부가 기다리고 있고, 안부를 지나면 다시 언덕을 오른다. 제법 바람이 통하는 바람 골을 지난다. 배낭을 벗어 놓고 나무에 기대어 바람을 쏘이며, 포카리 스웨트를 마셔서 전해질을 공급한다. 여전히 배에 힘이 없고, 몸이 무겁다. 더위를 먹은 게 틀림없다. 몸 상태가 이러니 완주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탈출로는 가정 사거리와 오류동 고개다. 그 곳까지도 갈 길은 멀다.

<지루한 길 - 오르내림의 반복이 길손들을 지치게 한다.>


 

완주를 포기했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 아무도 없는 무더운 숲길을 혼자서 천천히 걷는다. 3시 37분 경 길마재로 보이는 안부를 지난다. 무슨 길이 이런가? 수 없이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린다. 제법 높은 봉우리가 앞을 막아서면, 등산로는 능선을 버리고, 봉우리 사면을 비스듬히 가르고 지난다. 바람 한 점 없이 꽉 막힌 사면길이다.

 

조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바람은 없지만 배낭을 벗어 놓고, 이번에는 길가에 퍼더거니 주저앉는다. 이제껏 등산을 해도, 앉아서 쉰 적은 별로 없다. 아이스박스에서 냉커피를 꺼내 마시며 5분간 쉬기로 한다. 이윽고 훨씬 가벼워진 배낭을 둘러메고 천천히 길을 걷는다.

 

4시 28분 산행리본들이 가득한 봉우리를 지난다. 이 곳에서 길이 오른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 600m봉이 틀림없다. 부귀산에서 600m봉까지는 2시간 거리다. 이 길을 2시간 38분만에 걸었다. 더위로 몸의 기(氣)가 크게 손상당한 게 틀림없다.

<600m봉>

천천히 급경사 내리막을 지난다. 길은 오솔길로 변하더니 조그만 봉우리에 올라선다. 대빵 님이 웃옷을 모두 벗은 채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바람이 시원하니 쉬고 가라고 권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포카리를 꺼내 마신다. 대빵 님은 오류동 고개에서 거꾸로 물을 지고 올라 왔다고 한다. 한 짐 가득 지고 온 물이 순식간에 바닥이 나고, 대부분의 대원들이 완주를 포기, 오류동 고개까지만 가기로 했다고 한다.

 

후미 팀이 얼마나 떨어졌냐고 묻는다. 나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아 천천히 걸었으니, 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배낭을 지고 일어선다. 대빵 님은 조금 지나면 가정고개고, 가정고개에서는 탈출이 가능하지만, 조그만 더 참고 언덕을 오르라고 권한다. 그러면 쉬고 있는 대원들을 만날 터이니, 그 곳에서 함께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라고 한다.

 

4시 50분 가정고개를 지나 능선을 오른다. 5시 경 능선 길에서 쉬고 있는 조총 대원을 만난다. 그 앞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야생화 대원이 사진을 찍어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다. 잠시 함께 쉬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는 먼저 일어서서 언덕길을 오른다. 차 지나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더위에 지친 대원이 오수를 즐긴다>


 

역시 고개를 넘으면, 또 고개, 지루한 길이 이어지고, 차 소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조그만 언덕을 힘들게 오른다. 뒤에서 대빵 님과 후미 팀이 따라온다. 이들에게 길을 내주고, 뒤로 쳐져 천천히 걷는다. 봉우리 위에서 대원들이 쉬고 있다. 올라오는 나를 보고, 얼굴이 무척 창백한데, 괜찮으냐고 대빵 님이 걱정스레 묻는다.

 

대원들은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고, 나는 배낭에서 소화제를 꺼내 먹고, 어름 물을 마신다. 대빵 님과 신 회장이 앞장을 서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하산한다. 이제는 언덕은 전혀 없고 내리막 길 뿐이라고 한다.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26번 도로가 보이고, 대빵 님이 다음에 연결될 들머리 방향을 알려준다. 사진을 찍고, 천천히 도로로 내려선다 5시 45분 경, 도로 변에 정차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600m봉에서 오룡동 고개까지 1시간 17분이 걸렸다. 보통은 5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에어컨이 시원한 버스에 오르니 비로소 살 것 같다.

<오류동 고개로 내려서며 다음 들머리를 확인한다.>

<오류동 고개를 관통하는 26번 도로>


 

버스는 완주하는 대원들을 맞으러 모래재로 향한다. 완주를 시도하여, 641m봉을 향하다, 무리라 생각하고, 중도에서 포기한 후, 길가에서 대기하던 대원을 픽업하고, 가정고개에서 탈출한 다른 대원을 태운 후, 버스는 6시 조금 지나 모래재 휴게소에 도착한다.

 

모래재 휴게소에서 땀을 닦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다.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냉면을 먹지만, 여전히 식욕이 없어 냉면은 국물만 말끔히 마시고, 면발은 그대로 남긴다. 마침 이영희 대원이 금남호남 정맥 완주를 자축하기 위한 쫑 파티용으로 꼬냑을 준비해 왔다. 역시 꼬냑, 독한 술을 두어 모금 마시고 나니, 위가 정신이 나는 모양이다. 대빵 님이 이제야 혈색이 돈다고 반긴다.

<모래재 휴게소에서 완주 팀을 기다리고..>


 

이영희 대원은 산정 산악회 여자대원 중에서 가장 빠른 준족이다. 남자들도 저리 가라다. 오늘도 6시가 채 못되어 남자 대원 2사람과 함께 완주를 마치고, 모래재에 도착한다. 산을 좋아하여, 거의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고, 쫑 파티를 위해 꼬냑을 준비할 정도로 팀을 위한 배려도 철저하다. 이영희 대원 덕분에 혈색을 도로 찾는다.

 

정맥을 하면서 또 한 사람, 기억에 남는 여성대원이 있다. 운 나쁘게 제4구간 산행 중에 미끄러져, 발목을 다친 토방 대원이다. 열심히 지도를 보고, 시간을 재면서 서둘지 않고, 즐기며 산행을 하는 대원이다. 이제 발목이 다 나아, 다음 금남정맥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함께 산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식사를 마치고 모래재 주변을 둘러본다. 채석장인지 산을 허무는 공사가 한창이다. 7시 17분 경, 완주를 마치고 공사장 쪽으로 내려오는 두 사람의 대원이 보인다. 심천 대원이 다른 대원과 함께 골인 지점이 이른다. 정진수 대장이 물병을 들고 달려나간다 이윽고, 이들이 땀을 닦고, 서둘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7시 40분 경 서울로 향한다.

<완주 대원의 하산>


 

이인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하고, 9시 20분 경, 서울로 출발한 버스는 한적한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여. 10시 45분 경 양재역에 도착한다. 11시 20분, 집에 들어선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는 피로에 지친, 초라한 늙은이가 들어있다.

 

 

(2005. 7. 24.)


 

[우정 / 2005-07-25,12:22:31]

거울속에 비춰진 우림님의 모습은 피로하지도 ,초라하지도,

늙지도 않은 ,씩씩한 자연산 소년?일뿐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더위였지요. 허지만 더 대단한 노익장이십니다.


머릿속이 하아얗기만 하더라는 젊은 조총은 물론,

간만에 나선 신회장님,~ ,대간 내내 중상위권을 지켜오시던 화봉님~,까지 , 그렇게 힘들어 하셨습니다.


극한상황에서는 여자들의 지구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것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관광性산행?으로 체력보강이됬는지,그날

목련과 정총의주력은 완주도 가능할듯 싶어보였고,


아무튼 완주에 성공한 심천의 분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금남정맥에서는,

2차대도 ,3차대도 아닌 통합정맥팀으로 새로운 山情을 쌓아가는

산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금호정맥 쫑구간에서, 나눠마신 영희씨의 코냑은 그시작을 의미하는 合房酒 였구요.


우림님의 금남정맥 후기도 또 만날수있게 되서 기쁠 따름입니다.


. [삭제]

2 [深泉 / 2005-07-25,13:47:05]

무척이나 더웠고 힘든 일정이었습니다. 우림 선생님의 일목요연한 후기를 보니 또 다시 더워집니다. 더위를 왕창 머금고 산길을 걸어서 그런가 어제와 오늘은 덥지가 않습니다.


당연히 제 바로 뒤에서 오리라고 여겼던 분들의 모습이 안 보여 당황했던 산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길 2차대 金 永 吉 대선배님과 함께 걸으면서 많은 것도 배웠고, 날아라 로보트 태권 V처럼 날아 보았으면 금방 모래재 휴게소를 갈 수 있은 것인데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산길에서 完走란 없고 繼走만 존재할 뿐이라 감히 아뢰고 무료하게 기다리게 해서 그저 선배님들께 송구스러울 뿐이며, 더위를 날려 버리게 기다려 주시고 시원한 냉면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주신 우정 형님 그리고 동료, 선배님들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12시가 넘은 늦은 시각 맥주까지 마실 기회를 주신 오 세 형 형님과 정대빵님도 영산 백두산에 가셔서 양기를 흠뻑 받아 오소서. [삭제]

 

3 [우림 / 2005-07-27,09:02:02]

2차, 3차대가 無事 合房하고,

꼬냑으로 合歡酒를 했다고요.

좋네요.


大事를 치르느라 많이 피곤했을 터인데,

무더위 속 주말 산행을 강행하는군요.

강한 체력이 뒷받침된,

山과 山友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집니다.


역시 深川!

대빵 님이 감탄하더군요.


대빵 님도 물 떨어진 대원들을 위해

그 더위 속에서 물을 져 나르고,


정진수 대장은 하산하는 심천을 보고

물병 들고 마중하더군요.


더위 속에 힘은 들었지만

흐뭇한 산행이었습니다.


Posted by Urimahn
,

 


<마이산>

2005년 6월25일(토).
오늘은 금남호남정맥 제5구간을 산행한다. 참여한 대원수가 30명이 넘어, 모처럼 버스 안이 그득한 느낌이다. 지난번 2구간을 잇달아 산행하여, 이번에 결간한 대원들을 감안하면, 적은 수는 아니다. 고래 대장이 부인과 처제를 모시고 나와 전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3차 대원 중에는 목련 대원이 오랜만에 참여하여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심천 대원은 발목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인 최 원장을 대동하고 참여하는 투혼을 보여 박수를 받는다. 체중을 더 줄였는지, 눈이 떼군해 보이는 드니로 대원은 더위를 무릅쓰고, 솔밭 대원과 함께 두 구간을 이어 달리는 저력을 보인다.

 

무척 덥다. 아직은 이렇게 더울 때가 아닌데, 장마를 코앞에 두어서인지, 습도도 높고, 꽤나 무덥다. 지난 밤, 더위에 잠을 설쳐, 달리는 버스에서 졸며, 깨며 상념에 잠긴다. 「6. 25 사변」이 터졌던, 55년 전의 일요일은 요즘처럼 이렇게 심하게 덥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구가 온난화 된다더니 그 영향인가?

 

1950년 6월 25일(일). 앞 집 친구가 이화동에 있는 자기 친척집에 가면 만화가 많으니, 함께 가자고 꼬신다. 친척집에는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가 싫은 모양이다. 만화가 많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침을 먹자 바로 따라나선다. 친구 덕에, 신경을 써서 차려준 점심 대접도 잘 받고, 만화도 보다보니, 3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한다.

 

원남동 로터리에 도착해서, 쇠줄로 된 가드 레일에 앉아, 흔들흔들 그네를 타면서, 전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선로에 못을 얹어 놓고, 전차가 지나가면, 납작하게 눌린 못에 자성이 생긴다, 이 못을 땅에 대고 문지르면, 쇳조각이 까맣게 붙어 나오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 차례고 반복한다.

 

갑자기 국군 장병들은 귀대하라는 방송을 하며 차가 지나간다. 영문을 모르니 별로 관심도 없다. 흔들흔들, 다시 전차 오기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군인들을 가득 태운 트럭들이 줄지어, 창경원 쪽으로 달린다. 트럭 위에는 철모에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꽂고, 총을 멘 군인 아저씨들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른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신기하다.

 

땅거미가 질 무렵 돈화문 앞까지 오니, 길가에서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신다. 난리가 났다는데, 아침에 나간 아이는 들어오지 않자, 애가 탄 어머니는 무조건 이화동쪽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요즈음은 「6. 25 사변」이라고 하면 촌스럽다고 한다. 새벽밥을 먹으면서 본 신문의 한 칼럼에서 칼럼니스트가 한 말이다. 「한국전쟁(Korean War)」이라고 해야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TV뉴스를 보니, 아나운서도 「한국전쟁」이라고 한다. 이러다가는 「6. 25 사변」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설도 있지만, 「6. 25사변」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 정권이 선전포고도 없이, 남으로 밀고 내려 온, 침략 전쟁이라는 것이 이제는 정설인 듯 싶다. 「한국전쟁(Korean War)」이라는 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세계의 학자들이 2차대전 후 팽배해진 동서세력이 한반도에서 충돌했다는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북한에서는 성스러운 「민족 해방전쟁」이라고도 칭하지 않았던가? 선전포고도 없이 행한 진주만 기습을 일본에서는「태평양전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단순히 「상기하라 진주만 (Remember Pearl Harbor)」일뿐이다.

 

경제학에서는 공산주의를 후진국 경제개발론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있다. 경제적으로 뒤진 후진국들은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소득을 높이려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계획이 수립되면, 100%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획 수행에 일직선으로 매진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계획 수행에 장애요소가 있으면 우회가 불가피해 진다. 따라서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의 성장 속도가 공산주의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고 한다. 대학 1학년 때인, 1961년 북한의 총 GNP 규모는 남한의 4배였다.

 

이제 나이가 들고, 퇴직을 한 후, 백두대간도 하고, 정맥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새삼 「6.25 사변」에서 나라를 지켜, 이 나라가 공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덕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질없는 상념이 길어진다. 버스는 논산 천안 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양쪽 산 사면이 모두 밤나무다. 하얀 밤나무 꽃이 온 산에 가득하다. 독특한 밤꽃 냄새가 차안에까지 스미는 것 같이 느껴진다.

 

오늘의 산행코스는『30번 국도(360m/1.8Km)-은수사(약400m/0.2Km)-암마이산(686m/1Km)-봉두봉(540m/0.5Km)-532봉(2.5Km)-강정골재(340m)』이다. 도상거리 약 6Km, 산악회에서 보는 산행소요시간은 약 4시간이다.

<산행지도>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0) 30번 국도-(11:44) 숫마이산 하단부-(11:51, 12:01) 은수사-(12:06, 12:20) 탑사-(12:30) 천황문-(13:00, 13:30) 삼거리에서 중식-(13:47) 제2쉼터-(13:57) 3갈래 갈림길, 알바-(14:05) 4거리 도착, 3갈래 갈림길로 되돌아 감-(14:23, 14:28) 전망대-(14;50) 안부, 벌목지대-(15: 26) 강정골재』총 산행시간 4시간 16분, 중식 30분, 마루금 3시간 4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11시 10분 경 버스는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30번 국도에 도착한다. 코앞에 마이산이 웅장하다. 등산로는 밭둑 길을 조금 지나 왼쪽 숲으로 이어진다. 그늘진 완만한 소나무 숲길이 아직은 시원하다. 싱그러운 송림 사이를 산책하듯 여유 있게 걷는다. 이윽고 첫 번째 무덤이 나타나고, 나뭇가지 위로 숫마이산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곧 이어 두 번째 무덤을 지나고, 다시 세 번째 무덤을 지난다. 등산로는 경사가 급해지며 땀이 솟기 시작한다. 허위허위 올라, 11시 44분 경 숫마이산 아랫자락에 도착한다. 가까이서 보니 바위가 아니라 시멘트 덩어리 같아 보인다.

<들머리에서 본 마이산>

<세번째 무덤과 숫마이산>

<시멘트 덩어리 같은 숫마이산 밑동과 등산로>

진안군청 홈페이지에서 마이산의 생성과 지형을 소개하는 내용을 퍼다 옮긴다.

"마이산은 중생대 후기 약 1억년 전까지 담수호였으며 대홍수 시, 모래, 자갈 등이 밀려 호수는 메워지고, 물의 압력 의하여 수성암 생긴다. 약 6-7천만 전 지각 변동에 의하여 이 수성암이 융기되어 마이산을 이루었다. 지금도 이 산에서 민물고기 화석이 간혹 발견된다. "

 

"풍화작용은 보통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나, 마이산은 풍화작용이 바위 내부에서 시작하여, 내부가 팽창되면서 밖에 있는 바위 표면을 밀어내어 만들어 진 지형이다. 즉 타포니 지형이다. 마이산의 타포니는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고 특수한 기후조건, 즉 신생대 제 4기의 빙하기와 뒤에 온 한냉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등산로는 숫마이산 밑동을 오른쪽으로 끼고, 잔돌이 많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져 은수사에 이른다. 정면에 암마이산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산 중턱 급경사면에 군데군데 마치 폭격을 맞았거나 무언가 파먹은 것처럼 움푹 움푹 파인 곰보자국들이 많이 보인다 소위 타포니 지형이란 것이다.

<은수사에서 본 암마이산의 타포니 지형>


 

은수사(隱壽寺) 무량광전은 숫마이산과 암마이산 중간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섬진강 발원지라는 샘이 2개가 나란히 이웃해 있고, 샘 앞에는 거대한 청실 배나무가 아름다운 모양을 뽐내며 서 있다. 사진도 찍고, 물을 마시며 쉰 후 탑사로 향한다. 토요일이지만 날씨가 더워서인지 생각보다 일반 관광객들은 많지가 않다. 5분도 채 안 되어 탑사에 도착한다.

<운수사 무량광전>

<약수터- 이곳도 섬진강 발원지라고 한다.>

<운수사에서 본 숫마이봉>


 

탑사(塔寺)는 석탑으로 유명한 곳이다. 탑사 안내판 등의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마이산 석탑은 1885년에 입산하여 수도한 이갑룡(李甲龍, 1860-1957)처사가 30여 년 동안 쌓았다. 당시에는 120개의 탑이 세워졌으나 현재는 80기만 남아 있다. 대부분 주변의 천연석으로 쌓았지만 천지탑 등 주요 탑들은 전국 팔도에서 가져온 돌들이 한 두개씩은 들어가 있어 심오한 정기를 담고 있다.

주탑인 천지탑은 부부탑으로 2기로 되어 있으며 높이는 13.5m이고 남. 북으로 축조되어있다. 주탑인 천지탑을 정점으로 조화의 극치를 이루며, 줄줄이 세워진 탑들은 팔진법의 배열에 의하여 쌓았다고 전해진다. 맨 앞 양쪽에 있는 탑을 일광탑 .월광탑이라 한다. 마이산 탑들은 태풍에 흔들리기는 하나 무너지지 않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탑들을 보면 양쪽으로 약간 기울게 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탑자가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하여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산 탑사>

<탑사 대웅전과 주위의석탑들>


 

약 15분 간 탑사를 둘러보고, 천황문으로 향하는 긴 계단길을 오른다. 천황문은 숫마이산과 암마이산의 가운데 안부다. 숫마이산 쪽으로 화엄굴이 있고, 암마이산으로 이어지는 철계단 길에는 등산로 폐쇄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암마이봉은 2004년 10월부터 10년 간 휴식년제를 실시하여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공고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도상거리 6Km 밖에 안 되는 짧은 코스인데, 암마이산도 못 오른다고 하니 대원들이 무척 아쉬워한다.

<천황문>

대원들은 화엄굴 가는 걸 생략하기로 한 후 , 천황문에서 얼쩡거리지 않고, 고래 대장의 진두지휘 하에, 막아 놓은 철 계단을 넘어 후닥닥 튄다. 암마이봉 정상 0.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비록 불가피하게 범법은 했지만 휴식년제를 시행하는 취지에 호응하여 대부분의 대원들은 암마이봉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봉우리 사면을 타고 넘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면에서 보는 숫마이산의 모습이 웅장하다. 등산로는 암마이산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트래버스하더니 급경사 내리막으로 떨어진다. 1시경, 반대편에 세워진 경고판을 넘어, 삼거리 안부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탑사 0.3Km, 광대봉 4.9Km> 암마이산을 거치지 않고 탑사에서 바로 이 곳으로 왔으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다. 20명에 가까운 대원들이 삼거리에 모여 앉아 도시락을 푼다.

<암마이산 사면에서 본 숫마이산>

<봉두봉과 532m봉>

<삼거리 이정표>


 

1시 30분 경, 점심을 마친 대원들이 급경사 오름 길을 오른다. 봉두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급사면에는 폐타이어를 잘라서 만든 고무판이 깔려 있다. 앞선 대원들을 따라 무심코 오른 쪽으로 이어지는 산사면 길을 걷는다. 뒤에서 고래 대장이 되 돌아오라고 소리 친다. 하지만 앞선 대원들은 능선에서 두 길이 만난다고 그대로 진행한다. 오늘의 알바 시작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힘들지는 않지만, 샛길이 많아 자칫 알바를 하기 쉬운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갈림길에서는 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면을 타고 주능선에 오르니, 왼쪽으로는 봉두봉에서 내려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벤치가 놓인 제2 쉼터다. 헬기장이 있고, 이갑룡 처사의 묘도 있어 전망이 좋다는 봉두봉으로 다시 오르려니, 은근히 꾀가 난다. 여기 제2 쉼터에서의 전망도 좋은데, 점심식사 후에 땀을 빼며, 다시 봉두봉 오르기가 싫어진다. 포기하고 쉼터에서 주위의 조망을 즐긴다. 암마이산이 가까이에서 몸 전체를 드러내 놓고 있다. 서쪽으로는 광대산에서 비룡대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아련히 흐른다. 이 능선 길은 봉두봉을 거쳐, 암마이산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산행시간 5-6시간이 걸리는, 마이산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등산코스라고 한다.

<온 몸을 드러낸 암마이산>

<제2쉼터에서 본 북서쪽 조망>


고래 대장과 몇몇 대원들을 봉두봉에 남겨둔 채, 우리는 쉼터를 내려서서 비탈길을 달린다. 갈림길에 이르고,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 방향, 북부주차장 0.8Km, 왼쪽 방향, 광대치/ 남부주차장 2.5Km> 좌측 길 쪽으로 산악회 표지리본이 걸려있다. 대원들은 서슴지 않고 왼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넓은 비탈길에는 역시 폐타이어를 잘라 만든 고무판이 깔려 있다. 이윽고 사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탑사 1.4Km, 남부주차장 2.2Km, 부부시비 0.8Km>

<알바한 곳의 이정표>


 

어디로 가나? 광대산이나 남부 주차장 쪽이 아니 것은 확실하다. 오른쪽 길은 방향은 맞는데, 능선을 타지 않고, 길이 골짜기로 내려서는 것이 수상하다. 대원 한 사람이 후미 고래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길을 잘 못 들은 것은 확인이 되는 모양인데, 갈 길에 대하여는 서로 동문 서답을 하는 듯 것 같다.

 

앞서 지나친 이정표 부근에서 알바를 한 것 같으니, 그곳까지 원대복귀 하자는 의견과, 어차피 하산하는 길인데 방향만 맞는다면, 골짜기로 내려서더라도, 도로에 이를 것이라는 의견으로 양분되고, 대원들이 둘로 나뉜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골짜기 길을 택하고, 조총 대원과 SK 대원, 그리고 늙은이 세 사람만 원점회귀를 위해, 300여 미터의 가파른 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젊은 조총 대원이 앞장서 달리더니, 원점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오른 쪽 길을 택해, 북부 주차장 방향으로 내 닫는다.

 

원점에 회귀한 심산(深山) 대원이 산악회 표지리본의 위치를 유심히 살핀다. 리본이 걸린, 정면사면으로 무덤이 3기 나란히 누어 있고, 잔디 위로 어렴풋이 사람들이 지나친 흔적이 보인다. 능선 꼭대기를 향해 소리를 지르니, 바로 고래 대장의 응답이 온다. 오른쪽 북부 주차장 쪽으로 내달린 조총 대원을 소리쳐 부르고, 비탈길을 타고 오른다. 이윽고 암릉이 앞을 막는다. 532m봉이다, 암릉 위에는 고래 대장과 후미로 쳐졌던 대원들이 우뚝우뚝 서있다.

<조망에 취한 대원들>


 

이 전망대가 오늘 산행의 하이 라이트라는 말에 이견을 다는 대원이 아무도 없다. 사방이 확 트였다. 걸어온 방향으로 정면에 암마이산이, 그 뒤로 수줍게 반만 몸을 내민 숫마이산이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광대봉에서 비룡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더욱 가깝다. 북서쪽 발 아래로 26번 국도가 시원하게 달린다. 사진을 찍고 조망을 즐긴다. 후미로 쳐져, 아쉬움을 남기고 전망대를 뒤로한다.

<전망대에서 본 마이산>

<파노라마 - 광대봉, 비룡대가 보인다>


 

내리막길은 안부를 지나 다시 오름 길로 이어지고 평평해진 능선 길은 오른 쪽으로 달린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도 길이 나있고, 이 길은 또 다른 바위 전망대로 우리들을 유도한다. 어느덧 시간이 2시 반을 넘어, 태양도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전망대 위에 선 대원들의 실루엣이 역광 속에서 아름답게 부각된다.

<사진 찍기에열중하는 대원>

<또 다른 전망대에서 본 기암>

< 비룡대>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작은 돌들이 깔린 비탈길은 미끄러워 앞선 대원들이 자주 엉덩방아를 찧는다. 나도 본능적으로 몸의 중심이 뒤로 빠진 모양이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왼편 팔꿈치가 땅에 부딪친다. 팔꿈치가 쓰리다. 상처가 난 모양이다.

 

등산로는 나무를 베어낸 안부를 지난다. 햇볕이 뜨겁다. 임도로 내려선 등산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 쪽 잡목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잡목이 배낭을 당긴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속도를 내어 달린다. 내 뒤로는 SK 대원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른다. 내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면, 그도 역시 속도를 죽이고, 내가 내 달리면 금방 따라 붙는다. 부담을 주지 않고 최종 후미를 보려는 배려가 역력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전체를 위해 최종 후미에서 기여하려는 자세가 아름답다.

 

잡목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인다. 앞에는 가족묘인지 8기의 무덤이 나란히 놓여있다. 여자 대원 한 분이 농담을 한다.

 

"뒤의 묘는 아빠 묘 같고, 앞에 나란히 놓인 묘는 7 자녀들 묘 같은데, 이 분들이 지금 뭐 하는지 맞춰 보세요."


"고 스톱 치겠죠."

 

"고 스톱 치기에는 사람 수가 많은데..."

 

이런 천진스러운 산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묘에 누운 사자(死者)들은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사자와 생자(生者)가 공존하는 정맥길이 더욱 더 정겹게 느껴진다.

 

이제는 마이산이 꽤 멀어졌다. 마이산 아랫도리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말귀만 두개가 쫑긋 솟아 있다. 귀엽다. 대원들이 이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물을 마시며 쉰다. 이제는 강정골재가 코앞이다.

<강정골재 다 와서 본 가족 묘>

<가족 묘에서 본 마이산 - 바니 걸의 귀같이 귀엽다>

 

다시 울창한 잡목 길을 달린다. 고래 대장의 부인과 처제가 앞서가는데, 주력이 보통을 넘는 실력들이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심천 대원도 완전치 못한 다리를 끌고, 무사히 완주를 한다. 26번 국도가 내려다보이는 수로(水路)에서 고래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심천 대원이 가볍게 인사하며 지나친다.

 

"후미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3시 26분 경,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26번 국도로 내려선다.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버스에 오른다. 3시 40분 경 버스는 진안 읍으로 향한다. 진안읍에서, 앞서 하산한 대원들을 태우고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7시가 조금 지나 버스는 양재역으로 접근한다. 옆에 앉은 잭 울프 대원이 드니로 대원과 통화를 한다. 드니로 대원은 솔밭대원과 함께 오룡동 고개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한다.

 

 

(2005. 6. 26.)

1 [和峰 / 2005-06-27,12:25:39]

55주년 6.25 사변 날 큰 일 하셨습니다.모처럼 많은 대원들로 기분

좋으셨습니다. 정맥은 한번 빠지면 한달이라서 아득 하네요.

다음에는 곡 참석토록 할께요.중간에 한번 봐야지요? [삭제]

2 [드니로 / 2005-06-27,20:49:35]

언제나 우림선배님의 후기로 산행을 마감합니다.

더군다나 경황없이 2구간 연속타기를 하였더니 더더욱 선배님의 후기가 기다려지더군요.

제가 무슨 일을 한건지, 제가 어느 구간을 한건지 선배님의 후기를 통해 정체를 확인합니다.


늘, 나침바늘처럼 돌이켜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늘 모처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디카에서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어 옮겨봅니다.



전략

...


물듦`과 `물들임`이 만나면

물들다가 물들이고

물들이다가 물들게 되는가 봅니다.


때론 개운함으로 물들고,

어쩌다 찜찜함으로 물들이는 때 있나 봅니다.


간혹 물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들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는,

`물들고 싶은 생각`을 만나서는,

`물들고 싶은 자연`을 만나서는,


그 사람이 피운 삶의 향기에,

그 생각이 달군 삶의 보람에,

그 자연이 펼친 삶의 여백에

[눈독들이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눕혀놓은 어둠에만 물들고

심지 없는 나섬에만 물들고

나뒹구는 허공에만 물들고

물들고, 물들고......


물들기 쉬운 세상입니다.

물들이는 사람은 오간 데 없고

물든 사람만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오늘은 그 누구의 행실에

생각을 세우고는

매화에 물들고,

산수유에 물들고,

오래 오래 [꽃 들고] 싶습니다.


그럼,

날 꽃물들일 사람이 누구인가요?

그 사람에 가서는

살포시 [눈독]을 드리고 싶습니다.


[목포 영흥고등학교 한 국어 선생님의 글이랍니다] [삭제]

3 [잭울프 / 2005-06-27,21:14:31]

우림님! 세간에 잊혀져가는 동족상잔의 그날

상념이 깊으셨던 하루이셨군요. 저희도 그만 깜빡잊었드랬습니다.

아마도 반가운님들 만나는 기쁨에 다른것들은 염두에 없었나봅니다.

모처럼 손님들이 많았던 관계로 우림님과 함께 앉아 여행을 했지요.

홀로 불암~수락을 다시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저희 못잖은 그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제가 훗날 우림님의 연세가 되어서도 그처럼 하고자하는 일들에 열정을 가질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알바했던 곳에서 정맥금까지 20분이 채 안걸리셨다니 그냥 알바인줄 알고도 저희는 정맥길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일견 부끄럽기도 하군요. 대간까지 마친 입장에서 더욱 그렇지요.

담부턴 정신 바짝차리고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화봉님!

못뵌지 꽤 되는것 같습니다. 친구분들은 나오셨던데요.

바쁘시더라도 가끔씩은 함께 하는 기쁨을 주시길 바랍니다.

참 우림님 그날 드니로와 솔밭은 오룡동고개를 지나 남은구간까지 완주를 했답니다.

드니로님이 인용한 싯귀처럼 "물듦과 물들임"

서로에게 그런 존재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렵니다. [삭제]

4 [우림 / 2005-06-28,09:20:28]

화봉(和峰) 님 !

불가피했던 일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이제는 주말 산행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빠뜨리면 허전하게 느껴지는군요.


금주는 홀수 주말이니,

틈새산행 계획을 기대합시다.


드니로 님 !

"때론 개운함으로 물들고,

어쩌다 찜찜함으로 물들이는 때 있나 봅니다."


시어(詩語)가 생경하고 투박해도

직설적인 표현이 좋군요.


전문을 메일로 부탁합니다.


잭 울프 님 !

이번 주말 틈새산행 계획 짜야겠네요.

미리 혼자 답사하지 않더라도,

익히 잘 알고, 가고 싶은 곳

그 좋은 곳을 소개해야겠네요. [삭제]

5 [우정 / 2005-06-29,07:32:08]

625사변때 서울 인천에 살던 친척들이

안산<현재 경기도 시흥군 수암동>에살던 우리집으로 피난을 왔고,그로인해 인민군 주둔지로 오인을 받고 아군에게 폭격을

당하여 집이 전소되는 비극을 맞았지요,

그때 내나이 우리나이로 두살~ 물론 기억이 없지요.

허지만 전쟁 피해로 궁핍한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내야했던

세대 입니다.

벌써 55주년~ 각 나라마다 625를 지칭하는 뉴앙스가 그렇게 다르군요, 뉴스에서 조차 "한국전쟁"으로만 표현하다니,,,,,

Posted by Urimahn
,


 

올해는 더위가 이르다. 중부 지방에도 한낮에는 30도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이런 이른 더위에 시달려서인지, 주말에는 비가 내려, 더위가 한풀 가실 것이라고 일기예보를 하는 앳된 여자 아나운서의 표정이 잔뜩 기대에 부풀어 보인다.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하는 산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예정된 산행을 감행하지만, 그래도 맑은 날씨가 좋다. 그래서 산꾼들은 주초부터, 산행을 하게되는, 주말 일기예보에 민감한 편이다. 금주에는 서쪽에서 발생한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던 모양이다. 주말에 예보됐던 비가 서울에서는 금요일 새벽부터 내리더니 오후에 그친다. 남쪽 지역에는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내리고 오후에는 개일 것이라는 예보다.

 

2005년 6월 11일(토).
단오(端午)날이다. 일년 중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이 좋은 날 우리는 금남호남정맥 제4구간을 산행한다. 『중리(2.5Km)-신광재(740m/2.2Km)-성수산(1,059.2m/3.4Km)-709.8m봉(2.8Km)-가름내고개(424m/1.5Km)-30번 국도(360m)』 들머리 2,5Km, 마루금 도상거리 9.9Km, 산악회 기준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오늘의 산행지도>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시 5분 산행시작-11시36분 신광재-11시55분 무명봉-12시7분 초원-12시10분 헬기장-12시40분 성수산-12시 55분 중식-1시 20분 중식 후 출발-1시40분 980m봉-2시 34분 840m봉-2시51분 709.8m봉-3시20분 옥산동고개-4시3분 가름내고개-4시 45분 30번 국도』 들머리 31분, 마루금 4시간 44분, 중식 25분, 총 5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6시 30분 경 대문을 나서니, 날씨는 활짝 개이고, 비 온 뒤의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양재역에서 또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K산악회에서 함께 대간을 시작했던 대원으로, 지난해, 한여름 대원들 수가 줄어, 팀이 해체되자, 그 후에 주로 무박으로 대간을 마치고, 이제 호남정맥을 하고 있는 옛 동료다. 오늘은 틈새를 이용하여, 성수산 산행에 나선다고 한다. 역시 대간병 환자라 이전에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이처럼 예기치 않은 만남은 항상 신선하고 반갑다.

 

복정역에서 야생화 부부를 마지막으로 태우고, 버스는 중부고속도로 향한다. 버스 안의 참여 대원수를 대강 세어 본다. 역시 25명이 채 못 되는 대원들이라, 좌석이 넉넉하다. 이 정맥 산행은 백두대간을 마친, 2차대와 3차대의 대원들이 주 참여자들이고, 일반인들의 참여는 아직은 저조한 편이다.

 

산정 산악회에서는 6월 두 번째 주말인, 11일, 12일, 양일 간에 당일, 무박, 숙박을 포함하여 총 11곳을 산행한다. 다른 산악회에 비하여 무척 왕성한 활동이다. 따라서 대빵 님은 이 모든 산행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코스별로 정해진 등반대장들이 중심이 되어 산행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이러한 체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원들의 안전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원들 간에 우려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달린다. 남쪽으로 갈수록 비가 그친 하늘이 잔뜩 흐려져 있다. 인삼랜드에서 30분 정도 정차한 버스는 10시에 다시 출발하고, 10시 42분 장수 IC를 통과여, 11시 5분 경 산행 들머리인, 중리 마을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서둘러 시멘트 길을 따라 신광재로 향한다. 산행 전 스트레칭이나, 기념 촬영도 없다. 맑게 갠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떠 있고, 햇빛이 강렬하다. 이윽고 시멘트 길이 끝나고, 돌 투성이의 임도가 이어진다. 길은 젖어 있고, 습도가 높다. 길가 도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랜 시간 버스에 앉아 왔기 때문에, 몸이 적응할 때까지는 후미로 쳐져,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는다. 습도가 높아 천천히 걸어도 금방 땀이 솟는다. 지난번 이 길을 따라 내려올 때, 길가에 포도원 같은 밭이 있어, 궁금했었는데, 등반대장이 이를 오미자 밭이라고 알려 준다. 차츰 걷는 속도를 높여, 앞선 대원들에 바싹 다가붙는다. 최후미로 쳐져 있던 고래 대장이 스퍼트를 하여 대원들을 앞지른다. 걷는 속도를 보니 ,다친 다리는 완쾌된 모양이다. 다행이다.

<신광재 오르다 멀리본 성수산>

길가 왼쪽 사면에 누렇게 녹이 슨 폐가가 보이고, 조금 더 오르니, 도랑 너머 오른 쪽으로 역시 폐가가 보이는데, 밭에는 아낙네 두 분이 밭일을 하고 있다. 길을 따라, 왼쪽으로 오르면서 신광재에 도착한다. 고래 대장이 길가에서 남쪽 산 흐름을 바라보며 서 있다. 텅 빈 고랭지 채소밭과 광태산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오른 쪽 사면을 따라 오른다.

<신광재 근처의 폐가>

<신광재에서 본 시루봉과 고랭지 채소밭>

산사면 하나가 전부 더덕 밭이다. 등산로는 더덕 밭 사이로 이어진다. 더덕 냄새가 향기롭다. 아마도 이 지역은 오미자, 더덕, 그리고 고랭지 채소로 소득을 올리는 모양이다. 이윽고 밭이 끝나고 등산로는 숲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 길이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약 5분간을 미끄러지며, 허위허위 급경사를 기어올라 능선에 도달한다. 잡목으로 뒤덮인 능선 길이 왼쪽으로 굽어지면서, 오른쪽 시야가 확 트인다. 남동쪽으로 지나온 장안산 흐름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덕유산 줄기가 웅장하다. 상쾌하다.

<더덕밭을 오르는 대원들>

<장안산 방면의 조망>

<당겨 찍은 덕유산 능선>

11시 55분 경,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선다. 봉우리에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떨어진다. 발아래 너른 초원이 펼쳐진다. 남쪽 내리막 사면에서 안부까지는 전부가 초원이다. 고랭지 채소를 심기 전에 더덕이나 약재를 재배하는 모양이다. 안부 건너편 북쪽 산 사면도 반 넘어 벌채하여, 초원을 조성해 놓았다. 여건 변화에 따라 산의 이용도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초원으로 내려서는 대원들>

<초원 너머로 보이는 성수산>

초원이 끝나는 곳에서 헬기장을 지나, 숲으로 뻗은 임도에 선다. 남쪽과 서쪽의 조망이 확 트인다. 지난 번 걸어왔던, 지선각산, 삿갓봉, 시루봉, 그리고 광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숲길을 걸어 성수산(聖壽山)에 오른다. 작은 공지에 전북 산사랑회에서 세운 정상 표지판이 서 있다. <높이 1,059.2m, 신광채 2.2Km, 30번 국도 7.0Km>. 그 옆으로 삼각점이 보인다. 남쪽 전망바위에 서니, 지난 구간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동남쪽으로 멀리 장안산 줄기가 아득하다.

<성수산 정상>

<성수산 정상에서 본 지난 구간 - 팔공산, 지선각산, 삿갓봉 등이 보인다>

정상을 내려서니 등산로는 왼쪽으로 꺾여 내린다. 경사가 완만해진 길가에 3차 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점심 채비를 한다. 우리도 합세하여, 함께 점심을 즐긴다. 식사 후 후미로 쳐져 천천히 걷는다. 등산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잡목을 헤치고 이어진다.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 980m봉에 오른다. 봉우리 꼭대기는 온통 잡목이 둘러 쳐진 작은 공터다. 오른쪽으로 산행표지 리본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오른쪽 급경사 내림 길에 대원들이 모여있다. 급경사 길을 내려오던 여자대원이 비에 젖은 나무뿌리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다쳐, 땅에 주저앉아 있다. 대원들이 파스를 붙여주고, 스틱을 빌려주어, 걸음을 옮겨보지만, 견디기가 힘이 드는 모양이다.

<미끄러져 다리 다친 여자대원 - 6주간의 진단이 나온다>

이윽고 후미를 보던, 고래 대장과 대원이 도착하여, 소지하고 있던 압박붕대로 다친 발목을 압박한다. 여자대원을 두 사람에게 맡기고, 나머지 대원들은 서둘러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물기를 머금은 비탈길이 무척 미끄럽다. 나중의 이야기이지만 고래 대장과 대원, 그리고 그 여자대원은 옥산동에서 탈출하여, 택시로 30번 국도에서 대기하던 버스에 도착한다.

 

등산로를 벗어나 길옆으로 전망대가 비껴있다. 전망대에 서서 북쪽 조망을 즐기고, 다시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선다. 안부에 이르자 키가 넘는 산죽 밭이 이어진다. 이윽고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아마도 840m봉인가 보다.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으로 산행표지 리본이 가득 달려있다. 직진하는 길은 노천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본 복쪽 조망>

840m봉을 내려오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마이산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자 송림 숲 오솔길이 계속된다. 등산로는 솔잎 카펫으로 푹신하고, 소나무 향기를 머금은 바람결이 시원하다. 이윽고 잡초가 무성한 헬리포트에 도착한다. 709.8m봉이다. <임실 420, 2002년 제설>의 삼각점이 박혀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본 마이산>

<709.8m봉 정상>


2시 54분, 709.8m봉을 내려서니 앞서 간 대원들이 송림 속에서 쉬고 있다. 함께 과일로 간식을 즐긴다. 내리막 송림이 계속된다. 안부에 이르자, 등산로는 산행표지 리본이 가득 걸린, 왼쪽 송림으로 90도 꺾여 내린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90도 굽어져 내린다>

 

묘 1기를 지나 숲을 벗어난다. 오른쪽으로 마이산이 웅장한 모습을 나타낸다. 등산로는 인삼밭을 따라 내려선다. 내려 설 수록, 시야를 가리는 것 한 점 없어 마이산이 한껏 제 모습을 뽐낸다. 3시 20분 경 옥산동 고개에 내려선다. 길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면 옥산동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길가의 푸른 귀리 밭이 황토와 조화를 이룬다. 아름답다. 홀로 쳐진 후미를 기다려 잠시 쉰다.

<옥산동 고개로 내려오다 본 마이산>

<옥산동 고개의 귀리밭>

뒷 사면으로 후미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고, 기다리던 우리들은 가파른 오름 길을 오른다. 20여분간 자그마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린다. 마지막 봉우리를 지나자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솟아있는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지나온 능선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길은 왼쪽으로 내려서서 하늘을 향해 빽빽하게 늘어선 소나무 숲을 지난다. 기분 좋은 숲길이다. 이윽고 등산로는 시멘트로 포장된 가름내고개로 떨어지고, 내려온 사면의 시멘트옹벽에는 "호남정맥"이라고 파 놓은 글씨가 선명하다.

<조림한 울창한 송림>

<가름내고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2-3m 진행한 곳에, 길가 시멘트 옹벽에 오르기 쉽도록,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그 위로 나뭇가지에 산행표지 리본이 걸려있다. 숲 속의 비탈길을 오른다. 눈앞이 트이며 여러 개의 무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사면을 따라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이어져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정맥 길의 가족묘>

벌목 지대가 나타나고, 바로 눈앞에 마이산 줄기가 몸 전체를 들어낸다. 역광으로 보이는 산세가 신비롭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최후미로 쳐진다. 벌목지대 마루금이 한없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지는 해를 가려줄 나무조차 없어, 정면으로 해를 받으며, 버려진 나뭇가지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려니, 땀이 비 오듯 한다.

<멀리 본 마이산>

<당겨 본 마이산>

<지나온 벌목지대>

이윽고 산행 표지 리본들이 오른 쪽 숲으로 우리들을 안내를 한다. 숲을 지나며 보는 마이산이 더욱 가깝다. 마루금은 숲을 벗어나, 오르막을 오르더니 다시 숲으로 이어진다. 차 소리가 바로 가까이 들린다. 4시 45분, 30번 국도에 내려선다. 길 건너에서 등반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30번 국도>

 

농가의 호의로, 호스 물을 빌어 간단히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윗옷을 바꿔 입는다. 버스에 올라 시원한 캔 맥주로 목을 축이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버스는 5시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6. 12.)

1 [놋지맨 / 2005-06-13,11:32:10]

우림님의 자세한 산행기 잘읽고 갑니다.

주변의 모습들도 잘 관찰하고 계시네요.

항상 안산 즐산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2 [잭울프 / 2005-06-13,21:37:21]

마이산의 실루엣이 인상적이군요.

무더운날씨에

수고많으셨습니다.

고래님도 대원탈출시키시느라 수고많으셨네요~. [삭제]

3 [대빵 / 2005-06-14,18:50:43]

더운 날씨에 산행하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번에도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김두영대장이 열심히 끝까지 함께 산행을 할겁니다

그리고 오늘 금남정맥 산행계획을 발표 하였습니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중 어느코스를 먼저 하느냐로고심하다가 금남정맥을 먼저 하기로 하였습니다.

양해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님의 금남호남정맥 코너를 신설하였습니다

감사 합니다 [삭제]

4 [우림 / 2005-06-15,09:24:20]

놋지맨 님 !

정맥을 하다보니, 고래 님, 놋지맨 님을

자주 만날 수 있어 반갑군요.


노련한 선답자 들과 함께 산행을 하면 든든해지지요.

앞으로도 정맥 길에 자주 참여하시어,

모두가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잭 울프 님 !

무더운 날씨에 틈새 산행지 답사를 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산행지가 결정되면 소간방에 계시하시기를....


대빵 님 !

고맙습니다.

독방을 또 주셨군요.

열심히 잘 꾸며서 호의에 보답해야겠는데....부담되네요.


1가구 2개방이라고,

국세청에서 세금 내랄까, 걱정입니다.


토방 님 !

예상했던 것보다 부상 정도가 심하네요.

깁스를 하고, 6주 진단이라면 뼈를 다쳤다는 이야기인데

엄청난 통증을 잘도 참았군요.


더위에 갑갑하겠지만,

액땜했다 보고, 몸조리 잘하시어,

다시 정맥 길에서 만납시다. [삭제]

5 [고래 / 2005-06-16,20:07:27]

독방 추카! 추카!

금북 한번 오세요............ [삭제]

6 [우정 / 2005-06-16,22:34:18]

닿을듯 가까워 보이는 암,숫 마이산을 하루 종일 바라보며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산정산악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산이기도 하고요.

오세형님을 첨 만난곳이기도 하고,,,


다음 구간에는 세상이 세쪽이 나도 갈겁니다.

우림님~ one-room에 이어 two-room으로 재산?증식 하셨네요.

축하합니다. [삭제]

7 [우림 / 2005-06-17,09:56:14]

고래 님 !

지난 14일(화)에는 호남정맥을 하셨더군요.

금북정맥 좋은 코스에서 알려주세요

따라가야지요.


우정 님 !

잘도 참았네요.

23일(토)에는 하늘이 3쪽이 나서,

물이 엄청 쏟아진다는데....

그래도 가야겠지요? [삭제]

8 [東城.... / 2005-06-22,08:50:51]

우림님 오랜만입니다.지리산은 작년 ,저작년 다녀 왔고 힘들어서...

또 동유럽 여행을 해서 6월 한달은 결간을 했읍니다.

맥주를 500 한잔에 장소에 따라 650원에서 4000원까지

실컷 마셨읍니다. 또 뵙지요... [삭제]

9 [우림 / 2005-06-22,10:12:57]

동성주막이 일주일이 넘게 문이 닫히고,

6차대 산행모습에서 몽따쥬(우정 Version)가 안 보여,

어디 여행 갔나 ? 싶었더니, 역시나였군요.


동유럽, 좋은 시기에 다녀오셨군요.

맥주 좋죠, 싸고 맛도 독특하고,

와인은 또 어떻고 ?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요. [삭제]


Posted by Urimahn
,



2005년 5월28일(토).
지하철로 양재역에 도착하여, 검표대를 빠져 나온다. 정면의 시계가 7시를 가르친다. 산악회 전세버스 도착시간은 7시 20분. 시간은 충분하다. 천천히 7번 출구 쪽으로 향한다.

"우림 님 아니세요?" 뒤를 돌아보니 낮이 익다.

 

"놋지맨입니다"

 

아하! 고래 님 등과 팀을 이루어, 정맥, 기맥 산행을 하는 분....사진으로 보아 낮은 익지만 만난 적이 없어, 꼭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다. 반갑다. 땜방을 하려고 오늘 정맥산행에 참여한다고 한다. 고래 님 발목 다친 것은 어떠냐고 물으니, 이제는 다 나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양재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반갑게 3차 대원들을 만난다. 정맥을 함께 가는 대원들은 물론이고, 6차대와 함께 대간 길에 오르는 대원들을 보니, 모두 모두 반갑다.

 

오늘은 금남호남정맥 제3구간을 산행한다. 『차고개(670m/3.5K)-팔공산(1,146.6m/3K)-서구리재(870m/2.7K)-오계치(880m/0.3K)-삿갓봉(1,114m/1,8K)-홍두깨재(1K)-시루봉(1,110m/2K)-신광치(740m)』까지 도상거리 약 14.3Km의 마루금을 타고, 약 2.5Km 거리의 날머리를 거쳐, 상리 마을로 하산한다. 거리도 만만치 않고, 팔공산, 삿갓봉, 시루봉의 고도차도 상당하여 쉽지 않은 코스다. 산악회에서는 후미기준 약 7시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한다.

<오늘 산행코스의 개념도>

여기에 정맥 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가까이 있는,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을 그냥 지나치기가 무척 아쉽다. 데미샘은 지선각산에서 서쪽으로 0.67Km 벗어나 있지만, 급경사 길을 다녀와야 함으로 약 50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고 한다. 3차 대원들은 일단 데미샘을 다녀오기로 하고, 산행 상황을 보아, 무리하다고 판단되면 구간완주를 포기하고, 오계치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오늘의 실제 산행시간 기록은 아래와 같다.
『11시 5분 차고개 도착-11시24분 대미산성-11시35분 이정표(팔공산 3.5K)-11시47분 전망대-11시55분 1,013m봉-12시14분 이정표(팔공산 0.5K)-12시26분 팔공산 정상-12시35분 헬기장-1시 5분경 중식, 1시 30경 중식완료-1시32분 서구리재-2시17분 지선각산-2시31분 데미샘 -3시3분 지선각산-이정표(팔공산6.0K)-3시30분 오계치-3시55분 전망대-4시27분 1.,080m봉-5시29분 시루봉- 5시57분 신광재-6시35분 버스』 마루금 산행, 6시간 27분, 중식 25분, 날머리 38분, 총 7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버스는 복정역에서 승차하는 대원들을 태우고,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편도 4차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다양한 차종의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달린다. 아마도 오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즐기려 나선 행락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런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노라면, 새삼 우리나라의 국력도 많이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조금만 더 키우면 좋으련만.....

<고속도로는 국력의 상징이다.>

인삼랜드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10시 42분 경, 장수 인터체인지를 통과하고, 11시5분 경, 지난 제2구간 산행 종료지점인, 낮 익은 차고개에 도착한다. 차안에서 산행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가 정차하자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주능선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산 사면을 힘겹게 오른다. 이윽고 능선에 도달한다. 등산로는 부엽토로 푹신하고, 연둣빛 떡갈나무 잎 사이로 완만한 오름세가 지속된다. 돌연 눈앞에 높다란 석성(石城)이 나타난다. 합미성(合米城)이다. 옛날 쌀을 보관하던 성이었다고 한다. 등산로는 허물어진 성벽으로 이어져, 성 위로 연결된다.

<허물어진 함미성>

<성벽길을 걷는 대원들>

성 위에 오르니, 신무산이 가깝게 보인다. 허물어진 성벽길을 걷는다. 뒤뚱거리는 돌들이 많아 잘못하면 발목을 다칠 위험이 크다. 성벽은 서쪽으로 휘어지며, 바로 눈앞에 1.013m봉이 푸르게 솟아있다. 성벽길이 끝나고 등산로는 숲 속으로 이어진다. 이정표(함미성 1K, 팔공산 3.5K)를 지난다.

<성벽길에서 본 1,013m봉>

<이정표 - 팔공산 3.5K>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직진하여 급사면을 오르는 길과 오른쪽 숲으로 이어진 길이다. 양쪽에 산행표지 리본이 모두 걸려 있다. 직진하는 길은 1,013m봉을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우회하는 길인 듯 싶다. 직진하여 급사면을 오른다. 무척 가파르다. 이윽고 너른 전망바위 위에 선다. 사방이 확 트였다. 동남쪽으로 차고개와 신무산이, 서남쪽으로 대성리의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바로 뒤로 1.013m봉의 정수리가 보인다. 시원하다.

<차고개로 이어진 도로와 신무산>

 

<전망대에서 굽어 본 대성리 저수지>

왼쪽으로 무덤 하나가 외롭게 누어 있는 공터를 지나, 11시 56분 1,013m봉 정상을 지난다. 좁은 정상에는 돌탑 하나가 우뚝 솟아 있을 뿐, 사방이 나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비탈길을 내려서자,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 산책길은 팔공산 정상 0.5Km 지점까지, 약 20분간 지속된다. 앞서간 대원들을 따라 속도를 내어 달린다.

<아름다운 녹색의 산책길>

<이정표- 팔공산 0.5K>

팔공산 정상까지 0.5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까지의 산책로는 끝이 나고, 너덜길 오름세가 계속된다. 등산로는 거대한 구조물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다. 필덕재와 팔공산 정상 방향을 가르치는 이정표를 지나서, 왼쪽으로 조그마한 정상석과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3차 대원들이 정상을 둘러보고 내려오고 있다.

<팔공산 정상 표지판>

12시 26분, 정상에서 표지물들을 카메라에 담고 주위를 둘러본다. 지나온 1.013m봉이 발아래 보이고, 북쪽으로는 앞으로 가야할 서구리재로 떨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지선각산이 보인다.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앞서간 대원들을 쫓는다.

<정상에서 본 1,013m봉>

<팔공산 정상에서 본 가야할 능선길>

 

12시 35분, 1,136m봉 헬기장에 선다. 전망이 좋다. 북으로 서구리재로 이어지는 도로와 지선각산이 더욱 뚜렷하다. 뒤돌아 팔공산 정상의 거대한 구조물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구리재가 2.8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북쪽으로 이어진 부엽토로 푹신한 등산로는 역시 고운 산책길이다. 간간이 키 작은 산죽들이 길가에 도열하여,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반긴다. 이런 산책길이 10여분간 계속되더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한 차례 급격히 떨어진다. 급경사 길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지선각산과 그 뒤 삿갓봉,서구리재로 연결된 도로가 흐미하게 보인다>

<뒤돌아 본 팔공산 정상의 시설물>

<이정표- 서구리재 2.8K>

<조릿대 산책길>

안부를 거쳐, 언덕에 오른다. 억새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고, 전망이 좋다. 서쪽의 성수산, 북으로 서구리재로 이어지는 도로와 지선각산을 카메라에 담고, 뒤돌아 팔공산에서 1,136m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을 찍는다. 조금 더 진행하니, 길가 억새 밭에서 3차대 대원들이 둘러앉아,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뒤에 온 대원들도 합류하여, 모두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억새길과 선지각산>

<점심 식사를 하면서 뒤돌아 본 팔공산, 1,136m봉>

서구리재에서 지선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구리재는 진안군 임하와 장수읍을 연결하는 고개다. 도로공사를 하느라, 토사 붕괴를 막으려고, 철망을 깔아 놓은 서구리재를 건너, 지선각산으로 향한다. 2시 17분 지선각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고, 좁은 공간에 벤치가 놓여 있다. 아마도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모양이다.

<서구리재와 지선각산 오르는 길>

<지선각산을 오르다 뒤돌아 본다. 팔공산에서 걸어온 길이 한눈에...>

<지선각산 정상의 이정표. 이 산은 천상데미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벤치에 배낭을 벗어 놓고, 0.67Km 떨어져 있는 데미샘으로 향한다. 급경사 내리막이다. 통나무 계단이 경사를 완화해 준다. 오래된 통나무 계단이다. 발자국에 많이 마모되고, 흘러내린 토사로 반 이상 묻혀있다. 산죽이 무성한 길을 헤쳐 나가기도 한다. 경사는 심하지만 정겨운 길이다. 앞으로 갈 길을 의식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 내려간다. 2시 31분 데미샘에 도착한다.

 

진안군수가 세워 놓은 섬진강 발원지라는 표지석 아래 삼각형 샘이 맑은 물을 가득히 담고 있다. 왼쪽으로는 오래되어 글자가 거의 다 마모된 돌비석이 서있다. 데미샘을 설명한 안내판의 내용을 요약한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 상추막이골 데미샘이 섬진강의 발원지다. 섬진강은 이 곳에서 발원하여 광양만에 이르기까지 3개도 10개 시,군을 거쳐 216,8Km를 흐르는 우리나라 4번째로 큰 강이다. 데미는 더미(봉우리)의 전라도 사투리로,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란 뜻에서 천상데미라 불려 졌고, 이 샘이 천상데미에 있다하여 데미샘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아름다운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물은 수정같이 맑고, 이가 시리도록 차가우며 맛이 독특하다고 하더니 과연 물맛이 최고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서너 차례 물을 마신다. 샘 주위도 잘 정돈되어, 앉아서 쉬고 가라고, 벤치도 마련돼 있지만 갈 길이 바쁜 우리는 서둘러 급경사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3시 4분 다시 지선각산으로 돌아와 배낭을 둘러메고 왼쪽으로 선각산(仙角山)을 바라보며 오계치(五溪峙)로 달린다.

 

팔공산까지 6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정면으로 웅장한 삿갓봉이 가로막고 구조요청번호 1020 팻말이 붙어 있는 곳에서 등산로는 오계치를 향해 내려선다. 오계치 주변은 비교적 넓은 초원이 형성되고, 정면 삿갓봉을 향해 된비알을 오르는 두 대원의 뒷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3시 30분 경 오계치를 지나 삿갓봉 오름세를 천천히 탄다. 뒤로 오계치를 향해 내려오는 드니로 대원의 모습이 보인다.

<오계치에서 삿갓봉오르는 길>

<오계치 이정표 - 6.25 때 격전지, 오계치는 제법 너른 초원이다>

아직도 3시간 정도는 더 걸어야 한다. 도상거리 300m에 고도차 300m 이상의 된비알 길을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천천히 오른다. 바로 드니로 대원이 따라 붙는다. 길을 양보하고, 다시 천천히 오른다. 25분쯤 올라 전망바위에 선다. 후미 팀이 오계치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먼저 내려온 대원들이 와룡 자연휴양림쪽으로 탈출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전망이 기가 막히다. 지선각산에서 비롯한 거대한 능선이 오계치로 떨어지는 장엄한 흐름에서 산의 정기(精氣)를 한껏 느껴진다.

<오계치로 떨어지는 푸른 능선>


 

4시 6분 삿갓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는 화봉 대원, 드니로 대원, 그리고 여자 대원 한 분이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다. 멀리 보이는 시루봉을 카메라에 담고, 물을 마시며 함께 쉰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5월 내내 결간을 하던 드니로 대원이 몸이 많이 좋아졌는지 앞서 나가겠다고 먼저 출발한다.

<삿갓봉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가파른 삿갓봉을 내려선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1,080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4시 27분 산행 표지리본이 매달린 1,080m봉을 지난다. 홍두깨재로 내려오면서 정면의 아름다운 시루봉을 완상한다. 4시 29분 망바위를 지나고, 잡목 숲을 달려 내려와, 4시 57분 홍두깨재를 지난다.

<삿갓봉 내려오며 본 시루봉>

<홍두깨재>

시루봉으로 이어진 완만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는다. 앞서서 화봉 대원과 여자 대원이 걷는 모습이 보인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드니로 대원은 얼마나 앞섰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이윽고 너른 헬리포트인 시루봉 정상에 오른다. 여자 대원이 지도를 꺼내, 가야할 방향을 확인한다.

<시루봉 정상.

50대의 이 여자 대원은 2차대에 속해 있지만, 대간길 대부분을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산악회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걸었다고 한다. 이런 캐리어 때문인가? 지도를 확인하고, 시간을 예측하는 등 철저하게 자기 스타일로 산행을 한다. 대단한 산꾼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루봉 정상에서 오른 쪽 내리막길을 택해 신광재로 향한다. 전망 바위 위에 선다. 고사목 너머로 멀리 성수산(聖水山)이 보인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내리막길을 구르듯 달린다. 저 아래 고랭지 채소밭으로 산 사면이 누더기처럼 보이는 신광재가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숲을 벗어나 억새 밭을 헤치고, 채소밭 둑을 걸어, 5시 57분 경 임도로 내려선다.

<전망바위에서 본 성수산- 다음 구간이다.>

<내려다 본 신광치>

임도에서 와룡리로 이어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등반대장과 통화를 시도하지만 불통이다. 여러 갈래 길 중에서, 지도를 보고 동남쪽으로 이어진 임도를 선택하여 부지런히 걷는다. 산행 표지리본 하나 걸려있지 않은 돌투성이의 신작로다. 다음 구간에 이 길을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혼자 내려온 드니로 대원이 혹시 알바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윽고 끝이 없을 듯 이어지던 신작로 저 끝으로 마을이 보이고, 임도는 시멘트 길로 변한다. 길가에 흐르는 물로 간단히 세수를 하고 마을로 들어선다. 오른 쪽으로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기다렸던 산악회 등반대장이 반갑게 달려나온다. 6시 35분 경이다.

<와룡리의 작약>


 

하산 후 들은 이야기를 종합한다. 오늘은 4 그룹으로 나뉘어 산행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 그룹은 데미샘을 들르고, 오계치로 탈출한다. 버스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 경이다.

두 번째 그룹은 초장부터 스퍼트하여 선두의 등반대장을 제치고 달린다. 데미샘 구경을 하고 오늘 코스를 완주한 후, 4시 55분 경 버스에 도착한다. 점심을 거르고, 행동 식에 의존했기 때문에 버스에 도착해서는 식당을 찾아 천천면(天川面)으로 원정을 떠난다.

세 번째는 데미샘에 욕심을 내지 않고, 오늘 산행코스대로 유유히 산행을 마친 심산(深山)대원. 심산 대원이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6시 5분경이라고 한다. 역시 관록은 알아줘야 한다.

마지막이 최후미 그룹, 데미샘의 욕심도 못 버리고, 코스도 완주한다. 드니로 대원이 한발 앞서 골인하고, 최후미가 버스에 도착한 시간은 6시35분 경이다.

 

상황이 이러니, 산악회에서 혼자 나온 등반대장이 얼마나 애태우고, 고생했는지는 불문가지(不聞可知) 라 하겠다. 3차대 백두대간 팀처럼, 선두, 중위, 후미 그룹을 형성하고, 무전기로 서로 부단히 연락을 취하면서, 안전산행을 도모하는 자체조직 마련이 필요하겠다. 산은 준비한 자에게만 안전한 곳이다.

 

버스는 7시가 다 되어 서울로 출발한다.

 

(2005. 5. 30.)


[살아난드니로 / 2005-05-31,09:46:55]

늘, 우림선배님의 산행후기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스스로 마감할 능력을 상실한 채, 우림선배님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산행으로 벌어진 마음을 정리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모처럼 나온 산행이라, 걱정도 의욕도 앞섰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컸었는지, 산정산악회의 변화된 진행에 적응도 안되면서, 걱정도 섭섭함도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모두 모두 큰 불편없이 사고없이 산행을 마치어서 그냥 다행이었지요. 저에겐 모처럼 목련님, 화봉선배님, 우림선배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젠 등산을 하는 건지, 뵙고 싶은분들 뵐려고 나가는지...구분이 안되네요...우정선배님, 차련님...못뵈서 서운했어요. [삭제]

2 [東城.... / 2005-05-31,11:54:02]

우림님 ! 경치가 존네요. 찍솜씨가 좋으신 것인지...

섬진강 발원지라서 그런지 재첩, 참게 냄새도 나는것 같습니다.

28일 인삼랜드에서 만나뵌 우림님,화봉님,목련님,조정총,반가웠습니다...山정희씨는 안보이데요...-돌냉이- [삭제]

3 [우정 / 2005-05-31,14:56:14]

데미샘~~ 차고 맑은 물생각을 하니 갑자기 갈증이 생기고,,

살아난드니로~ 동성님~댓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리움이

데미샘물 솟듯 하네요.

6월두번째 주간에는 꼭 참석하겠슴다.

우림님~ . 실감후기 즐감하고 갑니다. [삭제]

4 [우림 / 2005-06-01,10:55:22]

드니로 님 !

완전히 살아났네요.

삿갓봉 지나면서는 몸이 풀리는지.

지난 겨울의 러셀 실력까지 나오는 것 같고,


신광재에 내려서,

길 찾느라 고생했겠더군요.


동성 님 !

"돌냉이"가 더 정감이 있네요.

지난 번 뜬봉샘, 이번의 데미샘,

모두가 신비롭게 보이더군요.

이름도 예쁘고,


7월에는 두 차례,

함께 산행이 가능하겠더군요.


우정 님 !

고생 많았네요.

자당님이 입원하신 것 같던데...


산은 어디 가지 않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효도하시기를....


조속한 쾌차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Urimahn
,


2005년 5월 14일(토).
아름다운 오월에 금남호남정맥의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밀목재(760m)-사두산(1,014.8m)-바구니봉재(700m)-당재(650m)-수분치(539m)-신무산(896.8m)-차고개(670m)』가 오늘의 산행코스다. 도상거리 약 11.4Km, 실제거리 약 14Km로, 산악회 기준 소요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산행지도>

실제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시 5분, 밀목재 도착- 11시 38분, 880m봉 정상- 11시 50분, 960m봉- 12시 7분, 사두산 정상- 12시 12분, 봉수대- 12시 20분, 중식- 12시 40분, 중식 후 출발- 13시 10분, 송계재-13시 37분, 당재- 13시 58분, 수분재- 14시 12분, 수분재 출발- 14시 46분, 뜬봉샘- 15시 40분, 차고개』 총 산행시간 4시간 35분, 마루금 4시간 15분, 중식 20분.

 

아름다운 5월의 토요일. 날씨도 비교적 좋은 편인데도 얼추 파악한 산행인원이 25명 정도다.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라 산행을 주관하는 산악회에 미안한 마음이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도로변을 스쳐 가는 산들이 온통 푸르다. 하얀 꽃을 가득히 달고 있는 화사한 꽃나무들이 고속도로변의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무슨 나무인지 나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스쳐 지나가는 논에는 물이 가득 가득하다. 아마도 벌써 모내기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차창 풍광을 망연히 바라보며, 졸다 깨다를 반복한다.

 

비룡 분기점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 버스는 9시 20분 경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 30분간 정차한 후. 10시 30분 경 장수 인터체인지에서 내려서서, 19번 국도를 타고 남원 쪽으로 향한다. 버스가 13번 국도 분기점을 지나 달리자, 대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기사 양반에게 길을 지나쳐 왔다고 알려준다. 버스는 오던 길을 되돌아, 겨우 742번 지방도로를 찾아, 11시 5분 경 밀목재에 도착한다.

 

산행 들머리에서 대원들이 갈린다. 일부는 마을로 통하는 길을 거쳐, 마루금으로 향하고, 대부분의 대원들은 지난번 밀목재로 하산했던 능선과 연결되는 부위에서, 도로를 건너, 시멘트 옹벽을 타고 넘어,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우리 일행도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송림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등산로가 희미하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울창한 송림 속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절개지를 타고 오르는 대원들-대원 사진>

하지만 이런 기분도 잠깐, 선두 그룹이 왼쪽으로 크게 꺾어지는 희미해진 대간 길을 놓친 모양이다. 오른 쪽으로 길 없는 사면을, 잡목에 긁히며, 내려서니 냇물이 흐른다. 산을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대간 원칙에 위배된다고 대원들이 낄낄댄다. 풀 냄새가 진동한다. 왼쪽으로 길 없는 사면을 타고 올라, 겨우 마을길과 연결된 능선에 올라선다. 11시 23분, 산행 표지리본이 요란하게 걸려있는, 철쭉이 아름다운 대간길로 접어든다.

<신록의 대간길-철쭉으로 수를 놓고...>

마을을 통과하는 길과 절개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는 각자의 취향일 것이다. 원칙주의자는 절개지를 통해, 한 뼘의 마루금도 놓치지 말고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겠고, 도로변의 시멘트 옹벽을 타고 넘어, 절개지를 오르기보다는 마을길을 통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차대의 고래 님은 마을길을 통과했다고 산행기에 기록하고 있다.

 

아름다운 신록의 숲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철쭉이 숲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길은 가팔라지고 이윽고 페어그라이딩장으로 변한 880m봉에 오른다. 조망이 좋다. 북서쪽으로 장수읍이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 팔공산이 우뚝 솟아 있다. 동쪽으로는 지난번 올랐던 960m봉 능선이 아름답게 흘러내리고, 그 발끝에 수몰민 이주마을이 보인다.

<880m봉- 페어그라이딩장으로 변했다.>

<장수읍>

<지난번 산행시 내려왔던 960m봉과 들머리가 통과하는 마을>

페어그라이딩장에서 등산로는 남으로 꺾여 내려서더니, 다시 아름다운 참나무 숲, 산책길로 이어진다. 온통 주위는 연녹색으로 가득하고, 발 밑에는 부엽토가 두텁게 쌓여, 마치 카펫 위를 걷는 것처럼 푹신하다. 이렇게 좋은 산행을 놓치다니, 함께 못 온 3차대원들의 면면이 아쉽게 떠오른다.

 

960m봉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난다. 밀목재(760m)와 사두산(1,014.8m)간의 고도차이가 약 250m 정도나 되지만, 그 사이에 880m봉, 960m이 순차적으로 고도 차를 좁혀주어 힘든 줄 모르는 산책길이 계속된다. 12시 7분 경 사두산(蛇頭山)정상에 선다. 좁은 공간에 삼각점과, 정상 표지물(밀목재 2.8K, 원수분 5.0K)이 세워져 있고, 무덤 1기가 덩그러니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1000m급의 높이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한다.

<사두산 정상표지>

키를 넘는 산죽밭을 헤치고, 사두산을 내려선다. 이 키넘이 산죽밭이 끝나는 길가에 돌탑 한 개가 우뚝 서있다. 앞에는 사두봉 봉수대라는 나무목이 세워져있다. 봉수대 탐색팀이 옛날 봉수대 자리임을 알리기 위하여 세운 돌탑인 모양이다. 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봉수대 돌탑>

12시 20분 경 등산로를 벗어나, 3차 대원들이 함께 모여, 낙엽 위에서 점심을 먹는다. 조총 님이 지고 온 막걸리에는 아직도 어름이 버걱거린다. 시원하다.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아서인지, 점심 도시락들이 김밥과 샌드위치 등으로 단촐한 편이다. 20분 후 점심을 마친 일행은 다시 비탈길을 내려선다.

 

1시 경 넓은 공터의 묘를 지나며, 참나무 내리막 숲길이 계속된다. 등산로는 키 작은 산죽 밭을 뚫고 이어지더니, 이 번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난다. 백두대간 길과는 달리. 이번 정맥길은 등산로가 부드럽고 순하다. 그리고 아주 아주 예쁘다. 싱그러운 5월의 숲을 한껏 즐기며 송계재 삼거리를 지난다.

<무덤을지나고...>

<송림을 걸어...

<송계재 삼거리에 도착한다>

완만한 오르, 내리막 길이 계속된다. 철쭉이 무리를 지어 우리들을 반긴다. 산행리본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길을 잃을 위험도 없다. 벌목을 한 후의 잔가지들이 등산로에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오른 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차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임도로 내려선다. 당재에 도착한 거다.

<당재 도착-왼쪽으로 사두산 일부가 보인다.>

임도를 건너 가파른 길을 오른다. 능선으로 들어서기 전에 나무에 가려, 잡지 못했던 사두산의 모습을 비로소 카메라에 담는다. 황토 빛 임도가 산굽이를 따라 돌고, 시멘트 전봇대가 임도를 따라 열병하듯 서 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등산로는 대간 능선으로 이어져 한번 솟구쳐 오르는 듯 싶더니 가파른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저 아래 마을이 평화롭다. 이윽고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는 19번 국도로 이어진다. 수분재(539m)다.

<수분재로 내려서면서 본 물뿌랭이 마을>

<수분재>

수분재에는 금강 발원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돌 표지, 금강 사랑본부에서 세운 수분마을 안내도 등이 서 있고, 뜬봉 기사식당, 주유소, 휴게소 등이 자리잡고 있어 제법 번창해 보인다. 우리 일행은 휴게소 앞 파라솔 아래에 앉아,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며 쉰다.

<금강 발원지를 알리는 돌 표지>

<수분령 돌 표지-대원 사진>

2시 12분 일행은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을 향하여 출발한다. 지도를 보면 뜬봉샘은 마루금을 오른쪽으로 벗어나 신무산(896.8m)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 일행은 모처럼의 금강 발원지를 구경하기 위해, 마루금 일부의 걷기를 포기하고, 금강의 첫 동네라는 "물뿌랭이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로 들어선다.

 

마을 입구 정자에서 초등학생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마도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아이들에게는 방문객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은 모양이다.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우정 님이 사탕이랑 초콜릿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길가에는 뜬봉샘 까지 1.2Km라는 이정표와 이 마을 이름 "물뿌랭이"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뿌랭이"는 "뿌리"의 지방 사투리라고 한다. 물뿌랭이 마을에서 지나온 사두산 모습이 정면으로 보인다.

<뜬봉샘 이정표>

<물뿌랭이 마을에서 본 사두산>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오른다. 1.2Km... 생각보다 먼 거리다. 동네 개들이 컹컹 짖으며 반긴다. 이윽고 시멘트 길이 끝나고,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임도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뜬봉샘 입구에 도착한다. 장승 두개가 뜬봉샘으로 오르는 통나무 계단길을 지키고 서있다.

<뜬봉샘 입구의 장승>


뜬봉샘은 제법 너른 샘터다. 샘 주위를 돌로 쌓아 샘을 보호하고 있다. 샘에 고여 있는 물이 풍족해 보인다. 마치 우물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시작된 물이 도도한 금강을 이루며, 서해바다 하구(河口)까지 장장 397.25Km를 흐른다니 신기롭기만 하다.

<뜬봉샘 1>

<뜬봉샘 2>

<뜬봉샘 안내판>

 

샘 주위에는 뜬봉샘 돌비석과 뜬봉샘 안내판이 서 있다. 왜 뜬봉샘 인지 아시는지? 혹시 그 이름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겠는지요? 안내판은 이 샘이 이성계의 개국설화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무산(神舞山) 산 중턱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던 이성계는 100일 째되는 날 새벽, 봉황이 너울너울 떠가는 속에서 "새 나라를 열어라" 라는 소리를 꿈속에서 듣는다. 꿈에서 깨어난 이성계는 봉황이 날은 곳을 찾아 나서고, 이 샘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그 이후 이 샘의 이름은 뜬봉샘이 된다.

 

"물뿌랭이", "뜬봉샘" 과 사두산(蛇頭山), 신무산(神舞山) - 같은 지역에 이처럼 대조적인 이름들이 공존하는 것이 재미있다. 민초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지어진 이름들이 자연스럽고 정겨운 반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선비들의 작명은 왠지 거창하기만 하다.

 

뜬봉샘에서는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하나는 북쪽 사면을 타고, 대축목장 울타리 문을 지나, 목장 안쪽 임도로 이어진 길, 다른 하나는 뜬봉샘 남서쪽으로 이어진 길을 택해, 대축목장 울타리를 오른 쪽에 끼고 산 사면을 타고 올라, 정맥능선에 이르는 길이다. 아마도 이 능선길은 틀림없이 신무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첫 번째 길을 택해, 임도를 따라 오르다 ,다시 개구멍을 통해, 목장 울타리를 넘어 정맥능선에 이르지만, 이 때는 이미 신무산은 지나쳐 버리고 만 후이다.

 

목장 울타리를 오른쪽으로 끼고 내려선다. 송림이 이어지면서 등산로는 내래 막을 치닫는다. 안부에서 길이 남북으로 갈리고 양쪽에 산행 리본이 걸려있다. 하지만 왼쪽으로 걸린 리본 수가 훨씬 많다. 방향이냐? 리본 수냐? 우리들은 남쪽 길을 택한다. 반대 방향으로의 진행이라, 영 기분이 찜찜한 터에 등산로가 방향을 바꾸어, 서북쪽으로 제대로 흐른다고 앞에서 전해 온다.

<목장 임도에서 본 장수 팔공산>

한참을 달리다보니,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고, 길가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급경사면을 따라 내린다. 이 곳은 맨땅의 흙 길이라 먼지가 풀풀 인다. 3시 40분 경 13번 국도가 관통하는 차고개에 내려선다. 버스로 가보니, 아무도 먼저 내려온 사람이 없다. 아마도 신무산을 거치지 않아, 우리들이 다른 대원들보다 빨랐던 모양이다.

<차고개>

땀에 젖은 상의를 바꿔 입고, 물을 마시며, 길가 그늘에서 여유 있게 쉰다. 차고개는 수분재와는 달리 상점도 휴게소도 없다. 대성고원(大成高原)이란 돌비석이 서 있고, 작은 규모지만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돼 있을 뿐이다. 한참을 쉬고 있으려니 선두를 달리던 팀이 도착한다. 어디선가에서 알바를 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신무산은 넘지 못했지만, 산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차고개를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선다. 우리가 먼지를 풀풀 내며 달려 내려온 봉우리 뒤로 신무산의 일부가 보인다. 아쉬운 대로 카메라에 담는다. 이윽고 후미 팀이 도착하고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에서 뒤돌아본 신무산>

마루금 일부를 생략하고, 신무산도 오르지 못했지만, 금강 발원지 뜬봉샘을 구경한 것을 후회하는 대원은 하나도 없다. 백두대간길과는 달리, 순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예쁜 정맥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5월의 신록을 만끽한 대원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싱싱해 보인다.

 

 

 

(2005. 5. 15.)

 

 

Posted by Urimahn
,


 

지난 1년 동안, 주 1회,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보니, 이제는 주 1회 산행이 습관이 되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을 때는 생활의 리듬이 깨진 듯, 몸도 마음도 개운치가 못하다. 그래서 대간이 끝날 무렵이면 다음 산행지를 고민하게 되나보다. 전형적인 대간병 증세다.

이러한 대간병 환자들을 위해, 산악회는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산행을 기획하고. 월 2회, 둘째  넷째 토요일을 산행일로 정한다. 나머지 2주는 대간 땜방 산행을 하거나. 옛 대원들과 반갑게 만날 시간을 주려는 배려인 듯 싶다. 첫 산행일은 4월 23일(토)이다.

 

금남호남정맥는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 백두대간 13 정맥 중에 하나로,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되어, 장안산, 팔공산, 마이산을 지나 완주 주화산까지 이른다. 도상거리 약 77Km, 이를 6구간으로 나누어 산행을 하게되니, 한 구간의 평균 거리는 약 13Km로 비교적 여유 있는 산행을 줄길 수 있는 코스이다. 이 금남호남정맥이 북으로 이어지면 금남정맥(錦南正脈), 남으로 연결된 것이 호남정맥(湖南正脈)이다.

<밀목재의 금남호남정맥 해설판>

2004. 4. 23(토)
6시 30분 대문을 나서니 아침 공기가 상큼하다. 어제까지 황사(黃砂)에 시달리던 서울도 한밤을 지나면서 상큼한 봄날로 뒤돌아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 날씨는 쾌청하다. 양재 서초구청 시민회관 앞에는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로 북적인다. 3차대 대원들을 만나 서로 반가워한다. 뜻밖에 대학 동기를 만난다. 이 친구는 백두대간 길을 2번이나 걷고, 100대 명산을 오른 베테랑이다. 별명은 관록에 걸맞게 深山이다.

 

7시 20분 경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자 많은 낮선 산꾼들이 버스로 몰린다. 버스에 오르니 좌석이 모자랄 정도다. 족히 40명은 넘는 인원이다. 백두대간 1차대, 2차대, 3차대 대원들과 일반대원들이 함께 모인 혼성팀이다. 혼성팀의 첫날 산행이라 시간을 못 지키는 대원이 생기나보다. 버스는 7시 47분까지 기다려 대원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다.

 

톨게이트를 지나, 수원 근방에서 2차대 회장이 승차를 하니, 산악회 역대 대간 팀의 저명 인사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3차대 회장은 불가피한 일로 결간 했지만, 1차대 회장, 2차대 회장이 모두 참여를 했고, 그 동안 개별적으로 팀을 만들어, 정맥, 기맥 산행을 해온, 고래 님, 놋지맨 님 등도 격려 차 참여하는 등 성황을 이룬다. 3차 대원들은 12명이나 참여한다.

 

버스가 대전에 가까워지자, 차창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점차 녹색이 짙어지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지나온 산과 들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지만, 헐벗은 나뭇가지들은 아직도 회색 빛이었다. 하지만 대전을 지나면서 는 이미 신록의 계절이다.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버스는 다시 출발하여, 장수 인테체인지에서 내려서서, 장수를 거쳐, 무령고개로 향한다. 논개 생가를 지나고, 버스는 743번 지방도로로 진입하여 어린 벚나무 터널을 지난다. 벚꽃들이 만개하여, 하얀 꽃 터널을 이루자 여자대원들이 탄성을 지른다. 굽이굽이 감돌아 오르는 오르막길을 버스는 힘겹게 오른다. 대곡호(大谷湖)가 차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호숫가에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한창이다. 버스 안에서는 또 다시 탄성이 터진다.

<743지방도로변의 벚꽃- 대원사진>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 대원사진>


 

11시 17분 버스는 무령고개 주차장에 도착한다. 단체 사진을 찍고, 11시 20분 산행을 시작한다. 영취산으로 오르려하자, 3차 대원 대부분이, 이미 2차례나 영취산에 올랐다고 바로 장안산으로 오른다. 동무 따라 강남 간다는데... 순순히 발걸음을 돌려 대원들을 따라 다시 도로로 내려서서 오른쪽 사면으로 오른다.

<정맥 대장정 단체사진- 대원사진>

오늘의 주요구간 별 산행시간은 아래와 같다.
(11:20) 무령고개 출발-(11:30) 괴목마을 갈림길-(11:47) 샘터 이정표-(11;55) 하봉-(12:19) 장안산정상-(12;28) 암릉지대 도착-(12;45)이정표<장안산 1.1K>-(12:51)이정표<장안산1.4K>-(13:00) 중식-(13:20) 중식후 출발-(13:52) 955m봉-(14:02) 947.9m봉-(14:07)이정표<장안산4.6K>-(15:15) 960m봉-(15:34) 벌목재

<오늘의 산행코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2.3Km를 3시간 54분에 걷고, 중식 20분을 포함하여, 총 4시간 14분이 소요된 짧은 산행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마루금을 걸으면서 명산(名山)의 봄을 만끽한 산행이었다.

 

무령고개 오른 쪽 절개지를 오르니 등산로는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향기와 송진 냄새가 향긋하다. 반대쪽 영취산으로 오르는 잡목과 산죽길. 먼지가 풀풀 나던 등산로와는 딴판으로 아름다운 길이다. 송림이 끊기고,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잡목사이로 연분홍 진달래꽃이 화사하다. 숲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다. 괴목마을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장안산 2.5K, 무령고개 0.5K, 괴목마을 4.0K> 잡목과 키 작은 산죽 사이를 오르니, 북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장안리가 내려다보이고, 백남제 저수지가 햇볕에 반짝인다.

<괴목마을 이정표>

<장안리 백남제 저수지>

키를 넘는 산죽길을 통과하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백운산이 커다랗게 누워있다. 샘터를 알리는 이정표를<샘터20m, 무령고개 1.5K, 장안산 !.5K>지나, 억새가 우거진 하봉에 오른다. 전망이 좋다. 정면 억새 밭 너머로 장안산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주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이를 배경으로 함께 모여 사진을 찍는다. 백운산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키큰 산죽밭길>

<가까이 보이는 백운산>

<하봉에서 본 장안산>

<멀리 보이는 지리산 능선>

억새 밭을 헤치고 장안산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그림 같다. 탁 트인 억새 밭은 내리막 사면을 덮으며 이어지더니 나지막한 안부에서 산죽에게 자리를 내준다. 등산로는 잡목이 우거진 급경사로 이어지고, 장안산 정상에 이른다.

<장안산으로 오르는 대원들>

<뒤돌아 본 하봉>


 

장안산 정상은 비교적 넓은 공지다. 무령고개와 범연동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고,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다. 북쪽 방향의 조망이 확 트였다. 장안리가 내려다보이고, 북동쪽으로 멀리 덕유산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석>

오른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암릉길이 나타나고 로프가 걸려있다. 이어서 급경사 하강 길은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진다. 안부에 이르니, 산죽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장안리 지보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장안산 1.1K, 장안리지보1.6K> 잡목 사이로 연분홍 진달래가 화사한 곳에 벌목재까지 7.3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암릉길>

<통나무 계단길>

<밀목재 7.3Km를 알리는 이정표>


 

연분홍 진달래꽃은 순박하고 포근하여, 다정한 누님 같은 느낌을 주는 꽃이다. 또 두견의 한 맺힌 절규로, 흘려진 피가 꽃이 된 것이라는 설(說)처럼, 선홍색의 꽃 색은 애처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소월의 진달래가 우리 정서 속의 진달래를 잘 표현하고, 미당은 귀촉도에서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라는 표현으로 서역에 대응하는 공간 요소와 이별의 절절함을 함께 표현하는 등, 시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꽃이기도 하다. 이런 진달래가 곳곳에서 얼굴을 내 밀어. 대간길을 꽃길로 만들고 있다.

<다정한 누님 같기도하고, 수줍은 새아씨같기도한 진달래 꽃>

 

955m봉을 향하는데 벌써 1시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등산로를 벗어나, 햇볕이 잘 드는 낙엽 위에 3차대 대원들이 모여 앉는다. 우정 님이 울릉도에서 가져온 명이나물과 더덕무침이 단연 인기다. 1시 20분 경 식사를 서둘러 마친 여자대원들이 먼저 출발하고, 뒤로 쳐진 나는 천천히 이들을 따라 955m봉으로 향한다.

 

길이 가팔라지고, 진달래가 활짝 핀 사이로 어지럽게 산행리본이 걸린 955m봉에 올라, 장안산에서 부터 지나온 능선을 나뭇가지 사이로 돌이켜 본다. 울퉁불퉁 험한 능선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여분 지나 947.9m봉에 오른다. 947.9m봉 정상은 좁은 공간으로 달랑 삼각점 하나가 박혀있을 뿐이다. <함양 810, 1988년 제설>

<955m봉>

<뒤돌아 본 장안산>

947.9m봉을 내려서 안부에 이르니 이정표가 서 있고, <장안산 정상 4.6K, 밀목재 4.7K>, 길은 크게 왼쪽으로 굽어, 남으로 향한다. 호젓한 오솔길이다. 오른 쪽으로 동촌리가 내려다보이고, 잡목 사이로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유달리 선홍색을 띤 진달래가 눈길을 끈다. 지나온 955m봉을 나뭇가지 사이로 당겨 잡아 카메라에 담는다.

<밀목재 4.7Km를 알리는 이정표>

<나뭇가지 사이로 되돌아 본 955m봉>

네모 진 조그만 바위를 지난다. 주위에는 잡목들을 벌목하여, 몸뚱이는 가져가고, 나머지 잔가지들은 어지럽게 버려 놨다. 잘못하여 화재가 나면 이것들이 불 쏘시게 가 되어 산불이 커진다. 강원도에 자주 산불이 나고, 산불이 났다하면 커지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이처럼 벌목한 나무들의 잔가지들을 방기(放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동촌리가 더욱 가까이 그림처럼 누워 있다. 앞섰던 3차 대원 일부가 이 근방에서 늦은 식사를 한 모양이다. 함께 어울려 간식을 먹고, 기념 사진을 찍는다. 深山을 선두로 늙은이들이 먼저 출발한다. 소나무 숲을 지나는 등산로는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오른 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묘 1기가 나타나고, 길은 다시 오른 쪽으로 떨어진다.

<가까이 보이는 동촌리>

<숲속에서 기념사진>

<송림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안부를 지나 잡목이 빽빽이 들어찬 오름길을 올라 960m봉에 선다. 좁은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 있고, 전망이 좋다. 남쪽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반야봉의 큰 덩치를 당겨서 카메라에 담는다. 장수 팔공산도 보이고, 저 아래로 밀목재를 지나는 도로가 보인다. 일행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중간 중간 통나무 계단길이 이어지는 급경사 길이 마치 신작로처럼 잘 나있다.

<장수 팔공산>

무덤 2기가 있는 곳에서 뒤돌아 960m봉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으로 90도 휘어진 송림으로 내려선다, 3시 34분 밀목재 포장도로에 이른다. 밀목재에는 금남호남정맥을 설명하는 안내판과 장안산 정상까지 9.3Km라고 쓴 이정표가 서있다.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버스가 정차해 있다.
버스 쪽으로 가다보니 오른 쪽으로 샘이 보인다.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은 후 버스에 오른다.

 

매점도 없는 이곳에서 산악회에서는 오뎅을 한 양푼 가득 끓여, 대원들에게 소주 안주로 제공한다. 바람이 시원한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소주 파티가 벌어진다. 도로변 주위는 벚꽃, 진달래꽃이 만개하여 아름답고, 나뭇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신록의 푸르름이 싱그럽다. 영취산에 올랐던 대원들이 도착하여, 소주파티는 계속되고, 산악회가 준비한 소주가 바닥이 나고서야 버스에 올라, 4시 55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밀목재 도로변의 진달래>

<밀목재 도로변의 벚꽃과 신록>

버스는 742번 지방도로를 따라 장수로 내려선다. 도로 양쪽에는 어린 벚나무들이 하얀 꽃을 활짝 피우고 도열해 있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선 버스는 버스전용차선을 거침없이 달린다. 7시 10분 경, 천안을 지난다. 이때부터 7시 40분 경까지 해 떨어진 서쪽 하늘을 하염없이 내다본다. 해진 후의 서쪽 풍광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버스는 8시 20분 경 서울에 도착한다.


(2005. 4. 24.)

[우정 / 2005-04-26,10:24:18]

3차대간이 끝난지 한달여만에, 첫번째 정맥길에서 만나는대원들의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동창생이라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낯선얼굴도 있었지만, 그래서 뭔가 새로운 시작이 더욱 느껴지는

그런 산행이었습니다.

대부분 백두대간을 한번쯤은 완주한, 고수?들이

새로운 먹이?를 찿아 나선 정맥길이다 보니,한결 느긋한 분위기가

여유로웠던 하루였고요.

정말 봄날의 energy가 충만한 산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달에 두번 있을 정맥길과 더불어

우림님의 명작후기가 기다려집니다. [삭제]

2 [우림 / 2005-04-29,09:47:13]

우정 님은 여전히 부지런하시군요.

모처럼 많은 대원들을 한 달만에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요,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 같았죠.

이제 매 주는 못 만나도, 격주로 만날 수 있으니, 무척 다행이지요.

하지만 매주 만날 수 있는 껀도 만들어야지요.

이번 주말은 방태산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