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너 하버 파노라마(펌)

 

2011년 5월 3일(화)
방미 8일째다. 어제 피츠버그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생후 5개월이 채 못 된 준균이에게는 3박 4일의 나들이가 무척 힘들었겠지만 별 탈 없이 견뎌준 것을 보면 건강 체질을 타고 난 것 같아 반갑다. 며늘아기도 큰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해 하는 눈치다.

 

오늘은 메릴랜드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볼티모어를 방문한다. 워싱턴DC에서 북동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어 비교적 거리도 가깝고, 이너하버(Inner Habor)를 비롯하여, 포트 매켄리 (Fort McHenry), 국립수족관 (National Aquarium) 페더럴 힐 파크(Federal Hill Park)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한다. 특히 대서양이 300km나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온 체사피케만(Chesapeake Bay)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의 위치가 시선을 끈다.

볼티모어 - 크릭하면 지도 커짐

 

시원하게 뚫린 프리웨이, 하이웨이를 집사람과 둘이서 오붓하게 달리는 기분이 괜찮다. 집사람도 집에서와는 달리 우스갯소리도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10시가 조금 넘어 27층 전망대가 있는 무역센터에 도착한다.

시원하게 뚫린 프리웨이를 달리고,

 

무역회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가까이 있던 순찰차에서 경찰이 다가오더니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27층 전망대에 간다고 대답하자, 이곳은 장시간 주차가 불가능한 곳이니 빨리 다녀오라고 한다. 전망대 안내판을 카메라에 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매표소로 다가간다. 입장료 5불, 하지만 매표소가 텅 비었다. 경비원이 다가오더니, 오늘은 전망대가 휴무라고 한다. 월요일도 아닌, 화요일에 휴무라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전망대 안내판

 

27층 전망대에서 몰티모어 시가지와 체사피케만을 조감할 생각으로 제일 먼저 달려왔는데 헛일이 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페더럴 힐 공원에서 항구를 굽어보기로 하고, 경찰관 아저씨에게 가는 길을 물어, 공원에 도착한다. 규모는 작은 공원이지만, 위치가 높아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이다.

페더럴 힐 공원에서 본 항구 1 - 무역센터, 수족관건물등이 보인다.

항구 2

항구 3

페더럴 힐 공원 1

페더러 힐 공원 2

사뮤엘 스미스 장군의 동상 -기단에는 그의 지휘 하에 1814년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육지와 바다에서 공격해온 영국군을 퇴치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페더럴 힐 공원 안내석

 

바쁠 것도 없는 일정이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 본 후, 벤치에 앉아 쉬면서, 항구를 굽어보며, 다음 행선지를 생각한다. 이곳에서 아메리칸 비죤너리 아트 뮤지엄(American Visonary Art Museum)이 가깝고, 조금 떨어진, 미국 국가인 성조기(Star-Spangled Banner Flag) 가사를 탄생시킨 격전지인, 포트 매켄리 (Fort McHenry)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일 것 이다. 우선 가까운 비죤너리 아트 뮤지엄을 찾아가 보지만, 주차장도 마땅치 않고, 전시물도 우리 취향이 아닌 것 같아 생략하고, 식사 때도 되어 항구로 되돌아와, 제5부두 주차장에 차를 넣고 항구로 나온다.

제 5부두 주차장- 11시 20분에 들어가서 12시 52분에 나왔는데 주차료가 14불이다.

 

아름다운 파워 프랜트 건물을 지나, 발티모아 수족관에 이른다. 입장료가 성인 $21.95, 60세 이상 $20.95이다. 입장료를 보더니 집사람이 발길을 돌린다. 하와이, 뉴질랜드 등에서 이미 수족관은 볼 만큼 보았는데 저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할 일없이 제3부두에서 진주만 기습에서도 살아남은 해안경비정 타네이(Taney), 2차대전 때 참전했던 잠수함 톨스크(Torsk), 그리고 떠다니는 등대함인 체사피케호 등을 둘러본다. 집사람은 이곳에서도 돈을 내고 안을 구경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잠수함 내부야 영화에서 맨 날 보았지 않았느냐며, 배가 고프니 밥이나 먹으로 가자고 한다.

파워 프랜트 건물

해안경비정 타네이

잠수함 톨스크

등대함 체사피케호

 

남편 뒷바라지하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이처럼 알뜰해진 모양이다. 식당가 2층에 있는 에도 스시 집에서 맥주와 벤또를 주문한다. 음식 맛도 괜찮고 값도 비싸지 않아($32.62) 손님들이 바글댄다. 창밖으로 1797년에 진수한 이래, 160년 동안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는 미 해군 최초의 군함인 콘스텔레이션(U.S. Frigate Constellation)을 바라보며 점심을 즐긴다.

부두 식당가

에도 스시

불패의 콘스텔레이션호

 

점심식사를 마치고 네비게이션에게 볼티모어 미술관으로 가자고 주문을 한다. 하지만 미술관에 도착해 보니 이곳도 휴관이다. 비로소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이드북을 찬찬히 살펴본다. 볼티모어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유명 관광지들이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픈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는 덕에 헛걸음을 친 셈이다.

 

시장이야 열었겠지 하고, 유명하다는 렉싱턴 마켓(Lexinton Market)으로 향한다. 마켓에 도착해 보니 주차장도 돈을 내야하는, 과일, 생선, 고기, 음식 등을 파는 일반시장이다. 흑인들이 대부분이고, 냄새가 나서, 큰 규모의 몰을 연상했던 집사람의 실망이 큰 모양이다. 과일이 무척 싸다. 집사람이 망고, 빠빠야, 메론을 조금 사고, 빳빳한 1불짜리 지폐로 값을 치루니, 흑인 영감은 새 돈은 처음 보는지 무척 신기해한다.

렉싱턴 마켓

 

주차장으로 돌아와 주차료 계산기에 주차권을 넣으니, 3불을 지불 하라는 싸인이 뜨고, 돈을 넣자, 다시 주차권을 토해 낸다. 주차장을 나올 때 이 주차권을 투입구에 넣어야 차단기가 올라간다. 볼티모어와는 인연이 아닌 모양이라고 체념을 하고, 3시도 못 된 시각이지만, 일찌감치 들어가 준균이나 보자고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매사가 생각대로 되어주지는 않는 법이다. 4시가 채 못 되어 집에 도착하니 준균이는 자고 있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기 전에 벗어 놓은 옷들을 챙기다 보니, 바지 뒷주머니에 있어야할 지갑이 간곳이 없다. 정신이 번쩍 들어, 지갑을 마지막으로 꺼냈던 때를 생각해본다.

 

렉싱턴 마켓 주차장에서 주차료를 내느라고 지갑을 꺼냈을 때가 마지막이다. 아마도 지갑을 다시 넣는다는 것이 잘못되어 땅에 떨어뜨린 모양이다. 그렇다면 혹시 지갑을 주운 사람이 주차장 사무실에 지갑을 맡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다. 며늘아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카드분실신고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 후, 다시 볼티모어로 가려고 문을 나서는데 집사람이 같이 가자며 따라 나온다.

 

렉싱턴 마켓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료 계산기 주위를 꼼꼼히 둘러봐도 지갑은 보이지 않는다. 사무실로 가서 훅인 여직원에게 혹시 분실된 지갑을 맡긴 사람이 없었느냐고 묻자, 여직원은 고개를 흔들며, 지갑을 잃어버렸냐고 되 물어온다. 상황을 설명 했더니 친절하게도 주차료 계산기에 까지 따라 나와 주위를 살펴보며 안타까워한다.

 

혹시나 했던 것이지, 많이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실망이 크다. 집 사람은 돈이 많이 들었느냐고 묻는다. 졸업식 때 혹시 현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200 정도 현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전부라 많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운전면허증이 들어있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 정이 들었던 지갑이라 무척 아쉽다. 수족관 입장료도 아까워하던 집사람이지만, 많은 돈은 아니니, 잊어버리라고 위로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집에 도착한 이후의 행동을 꼼꼼히 돌이켜보고, 옷을 갈아입을 때 벗은 바지를 잠시 의자 등받이 걸쳐 놓았던 것에 생각이 미친다. 혹시 이때 지갑이 의자 위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집사람이 펄쩍 뛰며, 왜 그이야기를 이제야 하느냐고 면박을 준다. 집에 도착하자. 의자로 달려간 집사람이 지갑을 들고 나온다.

 

며늘아기가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볼티모어는 험한 곳인데, 재욱 씨가 그곳에 가 보라고 하더냐고 묻더니, 연이어 아버님은 왜 현금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니시냐고 넌지시 핀잔을 준다.

며느리 앞에서도 본색이 드러나는것을 보면, 차분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성격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2011. 5. 17.)

 

 

youngmi at 08/01/2011 04:46 pm comment

딸아이가 그곳 대학에가게되어 궁굼하고 걱정되던 차에 잘 올려 놓으신 사진 감사히 보고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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