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있는 높이 723m의 천관산(天冠山)은 천풍산(天風山) 또는 지제산(支提山)이라고도 불린다. 1998년10월 13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지리산(智異山), 월출산(月出山), 내장산(內藏山), 내변산(內邊山)과 함께 호남지방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이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것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조망이 빼어나, 남해안의 다도해,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진달래와 동백꽃이 붉게 물들고, 가을에는 정상부근 5만 여 평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산림청에서는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을 만큼 경관이 아름다우며 조망이 좋고 도립공원으로 지정(1998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천관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2009년 9월 6일(일)
산지기산악회에서 천관산을 안내한다고 한다. 천관산은 몇 년 전 집사람과 함께 차로 남해안을 돌아 볼 때, 완도에서 장흥으로 향하는 23번 국도에서 처음 보았다. 삐쭉삐쭉 솟은 암봉들과 웅장한 산세가 눈길을 끌어 이름을 알아보니 천관산이다. 멋진 산이겠다는 느낌에 꼭 한번 와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으나, 서울에서 워낙 거리가 멀어, 미루어오다, 오늘 산지기산악회의 안내를 받게 된 것이다.
6시 30분, 서초구청 구민회관 앞에서 버스를 탄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고 회비 35,000원을 송금 했는데도 뒤쪽 좌석이다. 고정 멤버가 많기 때문인 모양이다. 산지기산악회에서는 아침으로 김밥에 생수, 점심으로 도시락을 주고, 하산 후에 안주를 곁들인 하산주를 제공한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일요산행에 주력하다보니 도시락까지 준비하는 모양이다.
서울의 정남쪽에 있는 장흥까지는 먼 길이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린다. 회색빛 시멘트 덩어리들 뒤로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어 온다. 앞 사람이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반쯤 누워간다. 버스가 휴게소에서 정차할 때에도 등받이는 젖혀 놓은 채로 두고 몸만 빠져나간다. 30대쯤으로 보이는 젊은이다. 본인은 편하겠지만 뒷사람이 불편해할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젊은이들은 다 그런가 하고 차안을 둘러보지만, 아니다, 이 친구만 그렇다. 불편하다고 말을 해야 하나? 산악회에서는 모르는 체 하는데 늙은이가 중뿔나게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재수 없는 날이라고 체념을 하고 그냥 가지만 기분은 영 좋지가 않다.
버스는 이른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고
용무를 보라고 여산 휴게소에 잠시 들렀던 버스가 정읍을 지난다. 오랜만에 입암산을 반갑게 만난다. 담양이 가까운 모양이다. 길가에 목 백일홍이 화사하고, 메타세콰이어가 모습을 보인다. 서광주IC에서 내려선 버스는 15번 국도를 달려 화순을 지나고, 29번 국도로 들어서서, 이양을 거쳐 보성으로 향한다. 호남정맥을 하면서 몇 차례 지난 길이라 낮이 익다. 왼쪽으로 월산(391.6m), 오른쪽으로 봉화산(465.3m)이 눈길을 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메타세콰이어
월산
봉화산
기사양반이 길 공부를 덜 해온 모양이다. 29번 국도에서 몇 차례 헤매다, 겨우 2번국도로 들어서고, 23번 국도를 거쳐, 11시 정각에 비로소 천관산 주차장에 도착한다. 용무가 급한 대원들은 우선 화장실로 달려간다. 산악회는 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배포하고, 선두대장을 따라 스트레칭으로 간단히 몸을 풀게 한 후, 11시 10분, 선너른 주차장을 가로 지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맑은 날씨에 바람 한 점 없어 몹시 무덥다. 주차장 위로 막힘없이 쏟아져 내리는 햇볕이 따갑다. 오늘 산행코스는 『장천재-선인봉-중봉-구정봉-환희대-억새군락지-봉황봉-장안사』이다. 산행거리는 약 10Km. 산악회는 산행시간을 4시간 줄 터이니, 오후 3시까지 하산하라고 당부 한다.
천관산 등산로
다른 산악회 버스들도 거의 비슷한 시각에 도착하여. ‘호남의 5대 명산 천관산’ 안내도 앞과 안내소 입구가 몹시 붐빈다. 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안내소에서 팜프렛 한매를 챙기다 보니, 대원들은 모두 사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잘 정비된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 담소원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잘 정비된 시멘트도로를 오르고,
안내소 입구에서 6분 쯤 걸어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금강굴, 장안사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을 들어선다. 영월정이 보이고, 거대한 천관산 표지석 앞은 단체사진들을 찍느라 북적댄다. 좀처럼 자리가 비질 않는다. 혼자 맨 뒤로 쳐졌는데, 마냥 기다릴 수만더 없어, 무자비 하게 이들의 목을 친다.
금강굴, 장안산 갈림길 이정표
영월정
도립공원/천관산/호남 5대명산 돌 표지
영월정과 천관산 해설판 사이의 계단을 오르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걷는다. 11시 23분, 정원암 코스와 금강굴 코스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 3분 후, 장천재(長川齋)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장천재는 조선 초기(1450년 무렵) 장흥위씨(長興魏氏)들이 장천암(長川庵) 터에 세워 한학의 서재로 이용하던 건물로 1870년 무렵 중건하였다. 한때 위백규(魏伯珪)가 공부하였던 곳이라 한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 72호다.』
장천재 가는 길
장천재
11시 28분, 여기저기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체육공원에 도착하여, 이정표의 안내로 오른쪽 등산로로 향한다. 아름다운 목백일홍 한그루가 눈길을 끈다. 등산로가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1시 33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향한다. 오른쪽은 풍호대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이정표
체육공원의 목백일홍
풍호대 갈림길 이정표
계곡에 걸린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11시 38분, 금강굴 1.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바람 한 점 없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비로소 산악회 후미가 모습을 보인다. 11시 54분, 전망바위에 선다. 40도 방향으로 관산읍이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지만, 아쉽게도 보성만의 푸른 바다는 가스가 삼켜버렸다.
계곡을 건너고
40도 방향의 관산읍
암릉길이 계속되고 땡볕이 쏟아져 내린다. 더위에 지친 여자대원들이 암릉을 벗어나 숲속에 들어 앉아 불볕을 피하고 있다. 암릉길에서 시야가 트이며 동쪽으로 바다가 보여야 할 경관인데 아쉽게도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12시 11분, 다시 전망바위에서서 왼쪽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능선을 바라보고, 정면으로 선봉의 기암을 우러른다.
100도 방향의 조망, 아쉽게도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능선
선봉의 기암
12시 18분, 암봉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본 능선에 진입한 후, 우회한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를 길이 계속된다. 왼쪽으로 구정봉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2시 36분, 중봉이라고 짐작되는 암봉에 서서 지나온 신선봉을 뒤돌아보고, 금수굴로 이어지는 능선위의 기암들, 그리고 천관사 방향의 암릉을 카메라에 담는다.
우회한 암봉
구정봉
금수굴이 있는 능선의 기암들
뒤에서 본 신선대
천관사 방향의 암릉
12시 43분, 이정표가 서있는 금강굴을 지난다. 장천재 주차장에서 2.1Km 떨어진 지점이다. 곧이어 치성을 드리는 자리를 지나고 계단길을 오르며, 구정봉을 가까이 본다. 12시 56분, 이정표가 있는 천관사 갈림길을 지난다. 주위에는 온통 기암들이다. 직진하여 암릉길을 올라, 전망바위에 서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본다.
금강굴
치성 드리는 자리
계단길
천관사 갈림길 이정표
기암
지나온 능선, 신선봉과 중봉
전망바위에서 내려서서 거대한 기암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돌탑이 있는 천주봉 아래에 이르니 대원들이 모여 도시락을 먹고 있다. 10시경 버스에서 김밥을 먹었더니 아직 밥 생각이 없다. 지나쳐, 1시 12분, 천주봉 안내판 앞에서, 눈앞의 천주봉과 뒤쪽의 환희대,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자장봉 능선의 암봉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천주봉 안내판
천주봉
가까이 보이는 환희대
자장봉 능선의 암봉들
환희대로 향한다. 환희대를 가까이 보고 왼쪽으로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본다. 1시 23분, 환희대에 이른다. 해설판, 이정표, 등산로안내도 등이 보인다. 잠시 조용한 환희대 반석에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간식을 들며, 주위의 멋진 조망을 즐긴다.
가까이 본 환희대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환희대 반석
해설판
이정표
천관산 암봉 하이라이트
자장봉 능선
연대봉으로 향한다. 바위와 억새가 어우러진 멋진 풍광이다. 안개가 살짝 드리워져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준다. 뒤돌아 지나온 암봉을 카메라에 담으며, 산책하듯 유장하게 억새밭을 지난다.
연대봉 가는길
뒤돌아 본 암봉 1
뒤돌아 본 암봉 2
지나온 길
억새밭
1시 44분,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에 이른다. 연대봉이 지척이다. 2분 후 금수골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 또 다른 헬기장에 선다. 봉수대에 몰려있는 등산객들이 가까이 보인다. 1시 53분, 연대봉 정상에 도착한다. 삼각점<장흥11, 2001복구>, 2개의 정상석, 이정표, 연대봉 해설판, 그리고 억새 안내판 등이 보인다. “으악새”가 새 이름인줄 알았었는데 안내문을 보니 “억새”를 이른다고 한다.
첫 번째 헬기장에서 본 연대봉
두 번째 헬기장
연대봉 해설판
정상석
이정표
봉수대로 올라선다. 좁은 곳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그 혼잡스러움이 시장 통은 저리 가라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 그리고 불영봉 능선의 세 방향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내려선다. 천관산의 또 하나의 명물인 다도해 조망을 즐기고 싶은데, 가스가 끼어 보지를 못해 못내 섭섭하다. 1시 58분, 하산을 시작한다. 장천재까지 2.5Km, 3시까지 하산하려면 서둘러야한다.
가야할 능선
지나온 능선
불영봉 능선과 수동저수지
잡목 사이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빠르게 달려 내린다. 봉황봉 뒤로 관산읍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암릉길을 지나며 묘하게 생긴 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2시 19분, 양근암을 지난다. 귀두까지 선명한 것이 과연 그럴듯하다. 왼쪽으로 구정봉 능선의 암봉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다.
관산읍
기암
양근암
양근암 해설판
구정봉 능선의 암봉들
단조로운 내리막길이 급하게 이어진다. 관산읍이 더 가깝게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일 터인데, 가스 때문에 아쉽게도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뚜렷하지가 않다. 2시 48분, 이정표가 있는 장안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빽빽하게 들어찬 산죽 사이로 이어지는 어둑한 길이 미끄럽다. 2시 55분, 장안사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젖은 웃옷을 갈아입는다.
하늘인지?
장안사 갈림길 이정표
3시 6분, 장안사를 카메라에 담고, 너른 시멘트 길을 따라 내리다. 천관산 돌 표지가 있는 곳에 잠시 들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돌표지의 사진을 찍지만, 이번에는 역광이라 역시 좋은 사진 얻기는 틀려버렸다. 3시 15분, 주차장에 내려선다. 햇볕은 아직도 강하게 쏟아져 내린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나무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하산한 대원들이 몇 명되지 않는다.
장안사
4시가 가까워서, 대원들이 모두 하산하자, 오삼불고기, 전어무침, 김치, 깻잎 등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뒤풀이를 즐긴다. 오삼불고기와 막걸리는 회장이 내는 것이고, 전어무침, 김치, 깻잎 등은 회원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친목모임도 겸한 산악회 모임인 모양이다. 푸짐한 뒤풀이가 끝나고, 버스는 4시 45분, 서울을 향해 출발하여, 강진, 영암을 지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려고 광주로 진입한다. 차창 밖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주의 모습이 무척 생소하다, 훨씬 규모가 커진 것 같고, 무척 활기차 보인다.
영산호하구 둑길을 걷는 산책객
버스는 6시 32분, 목포IC를 통과하여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200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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