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실크로드 관광을 다녀오느라고, 정선지맥 두 구간을 빼 먹었다. 워낙 오지라 가이드 하는 산악회도 없다보니, 이후 보충산행을 할 걱정이 태산이다.

 890m 능선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분기되는 능선이 날카롭지만, 마루금은 직진이다. 오른쪽에 고양산.


2007년 5월 29일(화).

"화요맥"의 정기산행일이다. 오늘은 정선지맥 네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비슬이재(795m)-각희산(1083m)-문래봉분기점-다래재(790m)-958m봉-승두치(810m)-상승두골』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3.5Km, 승두치에서 상승두골까지의 날머리가 약 5Km, 도합 18.5Km에 달하는 장거리이다.


6시 50분 경, 선능역에 도착하여 3주 만에 대원들을 만나니 무척 반갑다. 하지만 응당 보여야 할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다. 전에 오늘 구간을 산행한 분들이지만, 이분들을 위해 주발대장이 문래산 코스를 별도로 마련했음에도, 아마 중부 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류 회장도 집안에 일이 있어 결간한다는 소식이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지나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새로운 얼굴들의 대거 등장으로, 참여인원 수는 여전히 30명이 넘어 버스 안이 그득하다.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제천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38번 국도를 달린다. 강원도 오지 산골의 38번국도 확장공사는 워낙 난공사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윽고 421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임계방면을 향해 구불구불 고도를 높이던 버스는, 11시 11분, 비슬이재 마루턱을 넘어,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고개 마루턱에는 '벌문재 795m'라는 교통 표지판이 보이고, 버스에서 내린 지점의 건너편에는 '비실이 975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어떤 것이 옳은 건가?" 아마도 지형도에 표기된 비실이가 맞겠지만, 벌문재라는 이름에도 많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어쨌든 고개 마루턱까지 다녀오느라, 제일 늦게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을 통과하여 절개지를 오른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비실이재

비실이재 이정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1) 비실이재-(11:13) 산행 시작-(11:17) 주능선-(11;25) 890m봉-(11:46) 각희산 갈림길, 좌-(11;56) T자 능선, 좌-(11:58~12:00) 각희산-(12:10) 각희산 갈림길-(12:20) 갈림길, 좌-(12:29) 안부사거리, 직진-(12:39) 1038m봉-(12:45~13:05) 중식-(13:26) 1054m봉-(13:42) 암봉, 오른쪽 우회-(13:46) 1019m봉, 우-(13:50) 헬기장-(14:02) 1043.2m봉-(14:21) 삼거리 안부-(14:34) 소래재-(14:58) 1092m봉-(15:21) 암봉-(15:34~15:49) 마루금 이탈-(15:59) 933.1m봉-(16:15) 무명봉, 우-(16:34) 갈림길, 좌-(16:36) 다래재-(17;05) 무명봉, 좌-(17:22) 무명봉, 좌-(17:39) 무명봉-(18:09) 갈림길, 직진-(18:17) 무명봉-(18:29~18;49) 승두치 직전봉에서 후진했다 되오름-(18:52) 승두치-(19:18) 상승두골』중식시간 20분 포함, 총 8시간 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으레 그렇듯이 초장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을힘들게 오른다. 11시 17분, 주능선에 진입하여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1시 25분, 고도 약 89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11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각희산(角戱山) 갈림길에 이른다. 각희산은 마루금에서 남서쪽으로 약 500여 미터 벗어나 있지만 조망이 좋아 일반 산행지로도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정표 아래에 배낭을 벗어 놓고 각희산으로 향한다.

각희산 갈림길의 이정표


밧줄이 매어져 있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1시 56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각희산 정상(1058m)에 오른다. 정상에는 이정표, 각희산 조망도, 그리고 삼각점<임계 312, 2005 재설>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조망은 즐기지 못한다.

각희산 정상

각희산 조망도


12시 10분, 갈림길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마루금인 북쪽 능선을 오른다. 길가에 하얀 꽃을 가득 단 나무 한 그루가 화사하게 반긴다. 12시 20분, 갈림길에서 주발대장이 걸어 놓은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돌고, 거친 잡목을 헤치며 칼날 같은 암릉길을 걷는다. 걷기 힘든 길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고행길에 들어선 것이다.

화사한 꽃나무길 - 꼬리 진달래

칼날 암릉길


12시 29분, 안부사거리를 지나고, 12시 39분, 1038m봉을 넘은 후, 12시 45분, 오른쪽 조망이 트인 능선에, 후미그룹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가고파 산우회에서 만났던 강 여사가 처음으로 "화요맥" 산행에 참여한다. 준족이라 가고파에서 산행할 때는 얼굴 구경하기가 힘들었었는데, 오늘은 산나물을 뜯느라 후미로 쳐져 함께 식사를 한다. 고산이라 바람이 불자, 땀이 식으며, 선뜻 한기가 느껴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며 본 오른쪽 조망


1시 5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좁은 능선이 이어지고, 낮은 관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1시 26분, 1054m 능선분기봉에 올라, 각희산과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키를 넘는 잡목들을 헤치고 힘들게 진행하여 안부에 이르니 이번에는 이름 모를 붉은 꽃이 반갑게 맞아준다. 1시 42분, 작은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1시 46분, 1019m 능선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1054m봉

뒤돌아 본 각희산

안부에서 만난 붉은 꽃 - 병꽃나무


1시 50분, 헬기장에서 지나온 1054m봉을 뒤돌아본 후,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지난다. 2시 9분, 삼각점<임계 439, 2005 재설>이 있는 1043.2m봉에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게 트였다. 정면으로 문래산 분기봉과 문래산, 그리고 가야할 절벽지대가 가깝고, 돌아서면, 각희산과 지나온 봉우리 4개가 지그재그로 솟아있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야생화 1- 큰꽃 으와리

야생화 2 - 뻐꾹채

야생화 3 - 쥐오줌풀

 

문래산 분기봉, 문래산 그리고 절벽지대

지그재그로 흐르는 지나온 능선


2시 21분, 오른쪽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보이는 안부에 이르고,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2시 34분, 사거리안부인 소래재로 내려선다. 왼쪽 길로 내려서면 절벽지대를 피해서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다래재로 올라서는 긴 우회로를 거치게 된다. 후미 7명중, 일부는 우회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마루금을 타자는 의견이 많아, 모두 함께 안부에서 직진한다.

소래재


가파른 오르막길을 거쳐, 2시 58분, 문래봉이 분기되는 1,092m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묘 1기를 지나고, 3시 3분, 절벽위에 선다. 사방이 트여 거침이 없으나 거칠게 부는 바람 속에 서니, 으스스한 기분이다. 건너편 바위 절벽 위에서 주발대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스틱을 접고, 왼쪽 급경사 사면을 나무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라고 요령을 알려준다. 서둘러 주위의 사진을 찍고, 스틱을 접은 후 조심스럽게,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암릉이 아닌 흙길이라 경사는 급해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건너편 바위절벽에서 후미를 기다리는 주발대장

북쪽 방향의 조망

서쪽을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과 멀리 보이는 고양산


안부를 지나, 앞을 막아서는 암봉은 왼쪽으로 우회하여, 3시 21분, 주발대장이 서 있는 절벽 위에 오른다. 역시 조망이 좋다.

뒤돌아 본 내려선 절벽

멀리 각희산과 지나온 능선

 

소라골 방향의 조망,

60도 방향의 조망


칼날능선을 지나 작은 공터에서 스틱을 다시 빼어 들고, 돌이 많은 길을 조심조심 진행한다. 3시 34분, 능선 분기봉에서 뚜렷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한동안 편한 길을 걸어 내리는데, 주발대장이 마주 올라오고 있다. 3시 49분, 분기봉으로 되돌아와 직진하니 그제야 표지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각희산을 지난 후에는 큰 봉우리 외에는 거의 표지기들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아마도 오지산행 전문의 선답자들이라 함부로 표지기들을 부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잘못 내려선 능선 분기봉


3시 59분, 말뚝만 있는 삼각점과 삼각점 관리표찰이 있는 933.1m봉에 오르고, 4시 15분, 다시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4시 34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진행하여, 4시 36분, 다래재에 이른다. 이어 좁은 칼날능선이 키 작은 잡목 사이로 이어지는 어려운 길이 이어진다. 4시 50분경, 하늘이 검어지더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방수재킷을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여전히 칼날능선이 이어진다. 오지(奧地)라 해도 이런 오지는 처음이고, 이처럼 길게 이어지는 칼날능선도 처음 경험한다. 갈 길은 아직 먼데 속도를 낼 수가 없어 답답하다. 상승두골까지 내려가도 버스가 들어 올 수 있는 지점까지는 약 4Km 정도의 시멘트도로를 걸어야 한다니, 서둘러야한다.

933.1m봉 삼각점

다래재


심산대장과 함께 속도를 내어 달린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넘고, 5시 53분, 시야가 확 트인 958m봉에 오른다. 작은 바위 한 개가 덜렁 놓여있는 좁은 정상이다. 언제 그쳤는지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여전히 강하다. 눈앞에 고양산이 우뚝하게 솟아 있는 모습이 장관이고, 발아래 보이는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날카롭다. 하지만 우리는 직진하는 능선을 타고 내려 머지않아 승두치에 이를 것이다.

눈앞의 고양산


6시 9분, 오른쪽에 낙옆이 쌓인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직진하고, 6시 17분, 봉우리 하나를 넘어 오른쪽으로 내려서는데 안부는 보이지 않고, 다시 눈앞에 작은 봉우리가 막아선다. 혹시 모르는 사이에 승두치를 지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하지만 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는 올라가본 후에 판단하기로 한다.

표지기를 따라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6시29분,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바로 눈앞에 고양산이 막아선다. 비탈길을 내려서면 혹시 배재에 이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욱 강하게 든다. 잠시 망설이는데, 뒤쪽 멀리서, 고래 대장의 특유한 고함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승두치에 이르러, 혹시나 앞서 갔을 우리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소리쳐 응답을 한 후, 왔던 길을 되돌아선다

승두치 직전 봉우리,


한 10분 쯤 역주행을 하자, 정 선배가 모습을 보이고, 이어 고래 대장이 나타난다. 고래대장은 아직 승두치는 지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싶다.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배재는 고개라기보다는 능선 분기봉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일단 앞의 봉우리까지 올라가보자며 앞장을 선다. 다시 표지기가 있는 봉우리에 선다. 조금 지나자, 앞장서서 내리막을 달려 내려간, 정 선배가 승두재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5시 52분, 사거리 안부인 승두치에 이르러 오른쪽 하산길로 접어드니, 주발대장이 매어 놓은 표지기가 비로소 눈에 띤다.

승두치


모처럼 편한 내리막 오솔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낙엽송 숲이 아름다운데, 고래대장은 무섭다는 반응을 보인다. 같은 사물을 보고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다. 하산길은 골짜기로 이어지고, 7시 14분, 밭에 이르러 뒤돌아 지나온 마지막 봉우리와 송두재를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승두치


저 앞에 방가로 같은 건물들이 보이고 마당에 트럭이 서 있다. 이제 남은 4Km는 트럭을 타고 내려갈 욕심으로 서둘러 건물에 접근해 보지만, '감로원'이란 간판이 걸린 건물은 문이 잠겨있고 인적이 없다. 실망하여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다 보니, 왼쪽 민가 마당에 찦차가 보이고, 빨랫줄에는 빨래가 널려 있지 않은가"FONT-SIZE:12pt;MARGIN:0px;COLOR:#000000;TEXT-INDENT:0px;LINE-HEIGHT:160%;FONT-FAMILY:'굴림';TEXT-ALIGN:left;">

집 안마당으로 들어가 집안을 들여다보니,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계십니까? 계십니까?" 몇 차례 소리를 지르자,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모습을 보인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 곳까지는 얼마나 먼가요?"라고 물으니,


"약 4Km쯤 되지요." 라고 대답한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등산객들인데, 버스가 들어 올 수 있는 곳까지 태워 주실 수는 없는지요? 모두 7명인데, 사례는 하겠습니다."


중년의 사나이는 나를 한번 다시 쳐다보더니,


"기도하던 중이라 마치고 나올 터이니 잠시 기다리세요." 라며 안으로 들어간다.

기도를 마치고 나와 출발 준비를 하는 고마운 분


7명이 찦차를 타고, 약 10분 정도 시멘트 길을 달려 내려, 7시 40분경,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한다. 심산대장과 내가 만원씩을 부담하여, 차 주인에게 2만원을 건네주고 고마운 인사를 한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이제 막 식사를 끝내는 모양이다. 의외로 빨리 모습을 보인 후미를 보고 모두들 반가워한다. 마을에 들러 다음 산행 시, 감로원까지 타고 갈 차편을 교섭하고 돌아 온 주발대장이 우리들을 보고 얼굴이 환해진다.


후미그룹이 식사를 모두 마치자, 버스는 8시 4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7. 5. 31.)




at 05/10/2010 07:16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우림 at 06/15/2007 08:24 am comment

화요맥의 김 여사께서 후기를 관심있게 봐 주시고,꽃 이름들을 알려 주셔서 이를 보완했습니다.감사합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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