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길에서 본 천황봉>

 

2005년 4월 17일(일)
오늘도 5차대를 따라 땜방 산행에 나선다. 산행코스는『밤티재(500m)-시어동갈림길(700m)-암릉구간(916m)-문장대(1,015m)-신선(1,018m)-입석대(1,016m)-비로봉(1,032m)-천황봉(1,058m)-피앗재(580m)-형제봉(828m)-갈령삼거리(m)-갈령(m)』이다. 갈령 삼거리까지 마루금을 타고 갈령으로 하산한다. 마루금 약 14Km, 날머리 약 1.2Km, 산악회 기준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오늘의 산행코스>

주요구간 별 실제 산행 시간은 아래와 같다.
『밤티재(15분)-594m봉(22분)-698m봉(29분)-로프설치 암벽(19)-첫 개구멍(16분)- 넷째 개구멍(35)-문장대휴계소(37분)-신선대(29분)-입석대(57분)-천황봉(127분)-피앗재(55분)-형제봉(24분)-갈령 삼거리(25분)-갈령.』, 마루금을 7시간 45분 걷고(휴식시간 포함), 점심 20분. 날머리 25분, 총 8시간 30분이 걸린 산행이었다. 산행시간 계산 착오로 전반은 느긋하게 산행하다, 후반은 이를 만회하려, 혼쭐났지만, 결국은 기준시간을 1시간이나 초과한 산행이다.

 

7시 10분쯤 서초구청 앞에 도착한다. 5차대에 연달아 3번을 참여하니,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과 낮이 익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5차대에는 젊은 대원들이 많다. 일요일이라 구청 정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정문 위로 보이는, 넓은 계단에는, 계단을 따라 일년초를 3줄로 아름답게 치장하여, 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서초구청의 일년초>

산악회 버스에 올라, 혜안 님과 유수모 님 부부를 만난다. 무척 반갑다.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 창문을 통해, 가까운 산을 지날 때, 산등성이에 연분홍 진달래가 아름답고, 마을에는 목련꽃들이 화사하다. 신록을 즐기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밤티재로 가는 길은 멀다. 버스는 음성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증평으로 내려선다. 510번 지방도로를 거쳐, 34번 국도를 타더니, 다시 592번 지방도로로 진입한다. 백봉에서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32번 국도로 진입하여 화양천을 끼고 달린다. 늘재를 지나고 아랫늘티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10시 45분이 되어서야 밤티재에 도착한다.

 

밤티재는 아직도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 통제구역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다행히 감시요원은 눈에 띠지 않는다. 버스가 도착하자 왼쪽 절개지 수로를 따라 대원들은 급히 산행을 시작한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북동쪽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남서쪽으로 이어진 완만한 경사로를 서둘러 오른다.

 

묘를 지나 594m봉에 오른다. 594m봉 정상에도 역시 묘 하나가 누워있다. 경사가 급해지며,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아랫늘티가 보이고, 동북쪽으로 달리는 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앞을 막는다. 698m봉에 있는 입석바위다. 소나무에 가려 바위 전체를 깨끗이 카메라에 담기는 어렵지만, 앞뒤모습을 찍어 둔다.

<아랫늘티 마을과 그 뒤로 대간능선>

등산로는 내리막을 지나, 작은 언덕 위로 오르더니, 오른 쪽으로 휘어져 다시 오르막 경사가 급해진다. 이윽고 작은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로프가 걸려 있다.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시작된다. 853m 암봉에 오른다. 주위 조망이 좋다. 정면으로 문장대 전망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가까이 보인다. 첫 번째 개구멍에 이른다. 로프가 걸쳐있고, 젊은 대원이 아래에서 후미대원들의 개구멍 통과를 도와준다.

<로프가 걸린 암벽>

<첫번째 개구멍>

두 번째 개구멍을 지나 암릉에 올라서니 조망이 끝내준다. 문장대에서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줄지어 솟아 있고, 거대한 바위가 마치 백운대의 숨은 벽 슬랩처럼 계곡으로 떨어진다. 뒤로는 지나온 853m 암봉이 발아래 있다.

<두번째 개구멍>

<문장대에서 천황봉쪽으로 이어지는 암릉>

<암릉에서 떨어지는 암봉>

<뒤돌아 본 853m봉>

 

V자 암릉길을 지난다. 도봉산의 Y계곡과 흡사하나, 그처럼 깊지도 험하지도 않고, 로프가 걸려있다. 역시 젊은 대원들이 여자대원들의 손을 끌어주며 돕는다. 세 번째 개구멍을 지나고, 후미일행은 등산로를 벗어나, 문장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에 올라 점심 식사를 한다. 여자 대원 한 분이 소주에 안주, 과일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 와, 젊은 남자대원들이 슈퍼를 옮겨왔다고 즐거워한다.

<세번째 개구멍>

<문장대>

식사 후 마지막 개구멍을 통과하여 1시 17분 경 문장대 헬리포트에 이른다. 왼쪽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있다. 번거러운 것이 귀찮아, 전망대 오르기를 포기하고, 휴게소로 향한다. 휴게소는 모처럼의 일요일이라 저자거리 만큼이나 붐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천천히 신선대로 향한다. 산악회에서는 문장대까지 3시간을 보았는데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빨리 왔다고 한껏 여유를 부린다.

<문장대 휴게소>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쪽 구간은 입산금지 구역이 아니라,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상춘객들도 있어 등산로가 무척 북적인다. 잘 나있는 등산로를 지나며, 조망이 좋은 곳에서, 멀리보이는 천황봉과 그 곳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문장대에서 본 암봉과 천황봉>


 

신선대에 도착한다. 검은 대리석 표지석이 있고, 이정표가 서 있다, <문장대 1.1K, 경업대 0.6K> 바로 앞에 이름을 모르는 멋진 암봉이 올돌하게 서 있다. 젊은 대원 한 사람이 휴게소에서 막걸리와 밀전병을 시켜 놓고, 쉬어 가자고 한다. 막걸리 빛이 독특하다. 진한 갈색 빛을 띠고 있다. 맛이 부드럽고, 알코올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막걸리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느긋하게 10여분간을 쉰다.

<신선대 표지석>

<신선대 앞의 기암>

<신선대에서 본 암릉길의 암봉들>

<신선봉에서 본 천황봉>

이정표를 지난다, <문장대 1.3K, 천황봉 2.1Km, 경업대 0.3K> 이 때가 2시 10분이다. 약 1.3Km의 거리에서 한 시간 가까이를 소요했으니 여유를 부려도 너무 부린 셈이다. 천황봉으로 가는 길은 신작로 길이다. 계단이 있고, 산죽이 우거져 있다. 아직도 시간 여유가 있다고 착각을 하고는, 주위를 완상(玩賞)하며 느긋하게 걷는다.

 

입석대에 이른다. 입석대 전체 모양을 보려고, 앞의 암릉으로 기어오른다. 오늘 구간은 암릉이 많다고 해서 일부러 릿지화를 신고 왔더니 미끄럽지 않고, 쉽게 오른다. 입석대 전체 모양을 깨끗이 카메라에 담는다. 암봉 능선길은 기암괴석들이 일품이다. 이들의 모양을 한껏 카메라에 담는다. 오늘 찍은 사진이 200장을 넘으니, 평소의 2배 가량을 찍은 셈이다.

<입석대와 주위의 암봉>

<입석대>

비스듬히 경사진 넓은 산사면 가득히, 키 작은 잡목과 산죽들을 헤치고 등산로는 정면의 암봉을 비껴 오른 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천황봉이 가까이 보인다. 좁은 암봉길만 걷다가, 확 트인 사면에 산죽이 가득 하자,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정면의 바위가 물개를 닮았다는 등 한껏 즐거워한다.

<아름다운 산죽길>

<산죽길에서 찍은 천황봉>

천황석문을 통과하고, 왼쪽에 헬기장이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등산로를 벗어나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산행을 시작해서 이제까지 걸어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실로 장관이다.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와 산죽길을 올라 천황봉에 오른다.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을 보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 혼자 뒤쳐진지도 모르고 10여분간을 지체한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우리일행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천황석문>

<헬기장에서 본 지나온 암봉들>


<천황봉에서 본 걸어온 길>

<천황봉에서 본 문장대 서쪽 능선>


 

비로소 많이 뒤쳐진 것을 깨닫고, 3시 30분 서둘러 하산한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부지런히 걷는다. 1시간 30분이면 도착된다는 피앗재는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는다. 지나치는 사람도 하나 없다. 다행히 능선길이 단순하여 샛길이 없고, 선두대장이 매어놓은 산악회 리본들이 요소 요소에 걸려 있어,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내닫는다. 2시간 가까이 걸어, 겨우 피앗재에 도착한다.

<뒤돌아본 천황봉>

<피앗재 이정표>

경사가 가파른 형제봉 오름 길을 걷는다. 늦기는 해도, 오름 길에서 속도를 낼 수는 없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리하다 다리에 쥐라도 나면 큰일이다. 이미 2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천천히 경사면을 오른다. 해질 무렵, 인적은 없고, 산 속은 한없이 고요하다. 홀대간을 하는 기분을 내며, 힘들면 잠시 쉬어 물을 마시고, 다시 걷는다.

 

대간 길이 늘 그렇듯, 형제봉에 올랐나 싶으면 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가로막고, 봉우리에 오르면 등산로는 다시 암봉을 피해 오른 쪽 골짜기로 떨어진다. 골짜기는 벌써 어둑어둑하다. 암봉을 우회하여 급사면을 오르니 형제봉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있고, 산악회 리본이 왼쪽에 걸려있다. 이 때가 6시 27분이다.

<소박한 형제봉 표지목>

갈령 삼거리로 가려면 직진한다고 생각했는데, 리본은 왼쪽으로 유도하고, 갈령에서 기다릴 선두대장이 너무 늦어지는 것을 걱정 할 듯 싶어, 전화를 한다. 길을 묻고, 대원들이 전부 하산했느냐고 물으니 절반 정도가 하산했다고 한다. 버스까지는 이제 한시간 이내의 거리다. 부리나케 하산하면 크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다소 안심이 된다.

 

선두대장의 말을 듣고도, 지도를 꺼내 왼쪽으로 굽어지는 방향을 재확인하고, 경사면을 내 달린다. 갈령 삼거리를 지나 갈령으로 내려선다.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형제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둘러 급경사 사면을 달린다. 저 아래 갈골에는 벌써 불빛이 보인다. 7시 15분 버스에 도착하니, 7시경에 하산한 후미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선두대장이 배낭을 차에 두고 와 식사를 하라고 권한다. 배낭를 차에 벗어 놓은 후, 맥주를 찾아 마시고, 간단히 식사를 마친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한결 살 것 같다.

<갈령 삼거리>

<뒤돌아 본 형제봉>

<불 켜진 갈골>

 

7시 35분 경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보은, 서청주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올라, 버스전용차선을 거침없이 달린다. 이런 정도면 10시 30분 경이면 서울에 도착하겠다. 하지만 천안을 지나며 버스전용차선도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오산까지 이어진다. 11시 4분 버스는 톨게이트를 통과한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45분이다. 힘든 하루였다.

 


(2005. 4. 18.)

1 [우정 / 2005-04-19,19:26:58]

우림님~ 오랫만이죠? 간만에 읽는 후기도 반갑고요.

저도 속리산구간을 결간했었지요.

올핸 정맥탐사 우선 원칙을 세우고 참참이 대간땜빵을 할 요량인데

5차,6차대가 있다해도 100% 땜빵은 올해안에 못할듯싶네요.

올해 못하면 또 내년에 하면 되겠지요.


그래서 어쩌면 백두대간과 더욱 오래도록 聯을 맺을수

있을테니, 그다지 조급해 할일은 아니다 싶네요.


정맥도 하고, 좋은 구간에 비박도 하고, 살맛납니다 ㅋㅋ [삭제]

2 [우림 / 2005-04-20,12:40:39]

우정 님은 여전하시군요.

사진을 보니 환상적인 졸업여행이더군요. 동참 못한게 내내 아쉽군요.


4월 30일(토)에는 방태산을 갈 계획입니다.

비박이나 야영을 하기전에 워밍업으로, 오지에 속하는 방태산을 산행하고 자연휴양림에서 일박할 예정이죠.


함상철 씨가 다녀온 경험이 있어, 구체 계획을 정리하는 중이라, 계획이 완료되면, 소간방에 공지할 생각입니다.


동참하시어, 더 더욱 살맛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삭제]

3 [혜안 / 2005-04-21,22:54:31]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우림님 앞에 가셨다고

자꾸 묻는 대원들께 산행을 잘 하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는데..

가도 가도 안보이시기에 앞서 가셨을꺼라 생각했죠!!!

혼자 어둑해 질때 걱정많이 하셨내여...

내려와 보니 안계시더라구여...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삭제]

4 [우림 / 2005-04-22,09:05:19]

혜안 님!

오랫만에 속리산 구간에서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걱정하셨군요. 미안합니다.

암봉들이 너무 예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늑장을 부리다 보니, 대원들이 안 보이더군요.

천황봉 이후는 내쳐 걸었지만, 따라잡기에는 역불급이었구요.

호젓한 길을 혼자 떨어져 걸으니, 좋기는 했습니다만, 걱정을 끼쳤네요.


정맥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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